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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막말 황사 자욱한 봄

등록 2024.03.29 21:53 / 수정 2024.03.2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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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처럼 어둑한 섬에 누런 구름과 바람이 몰아칩니다. 요동치는 나무 아래, 한 남자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음울하기가, 오늘 내린 흙비 풍경 같습니다.

'폭풍의 화가' 변시지 화백은 고향 제주도의 거친 바람과 파도를 그렸습니다. '이상향을 꿈꾸는 기다림의 정서'를 담았다고 했지요.

봄을 기다리던 시인 앞에 모래바람이 닥칩니다.

'오늘은, 기다리는 것들 모두 황사가 되어, 우리 야윈 하늘 노랗게 물들이고, 내 가슴을 쓰러뜨리네.'

"바보가 지껄이는 이야기, 소리와 분노는 가득한데, 아무런 의미가 없네."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분노에 찬 막말들이 황사처럼 자욱합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부터 작심한 듯 거친 표현을 토해냈습니다. "정치를 뭐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바로 전날 "가슴이 뜨거워지면 말실수하기 쉽다"며 절제해달라고 한 당부가 무색합니다.

민주당은 "돼지 눈에는 다 돼지만 보인다"고 맞받았습니다만, 큰소리칠 처지가 아니지요. 이재명 대표 입부터 그리 곱지 않으니 말입니다.

이 대표는 경찰의 배현진 의원 테러 수사를 가리켜 "난리 뽕짝을 친다"고 했습니다. 엊그제는 정부가 "매만 때리고 사랑은 없는 계부 계모 같다"고 했지요. 재혼이나 입양 부모를, 가정 폭력이라는 선입견으로 싸잡아 매도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2찍'을 비롯해 앞서 나온 비하 발언까지 일일이 주워섬기기 힘듭니다.

조국 대표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이 꼬라지 그대로 가다 나라 망하겠다."

우후청풍(雨後淸風), 비 오고 나면 맑은 바람 불어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비 그치고도 바람은 매캐하고, 하늘은 횟배 앓듯 부옇습니다. 다들 서로 심판하자면서 증오의 언어부터 쏟아내는 선거판이 그렇습니다. 매캐한 냄새에 국민이 넌더리가 날 지경입니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했던 온갖 여성 혐오 발언이 불거졌습니다. 미셸 오바마가 말했지요.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갑시다."

열이틀 남은 선거까지 누가 더 저급하게 가느냐가, 승패를 가를 막판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3월 29일 앵커칼럼 오늘 '막말 황사 자욱한 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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