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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대파 한 단의 민심

등록 2024.04.02 21:52 / 수정 2024.04.0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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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구원을 받을, 작고 선한 것으로, 시인은 파를 생각합니다.

천국에 가자며 한 뿌리 파를 붙잡고 오르는 사람들이 치고받습니다.

'이건 내 파야. 꺼져, 이건 오로지 나만의 선한 파 한 뿌리.'

파까지 편 가르는 세상을 시인이 야유합니다.

'시계 바늘은 열두 시부터 여섯 시까지는 우파로 돌다가, 여섯 시부터 열두 시까지는 좌파로 돈다. 세수는, 두 손바닥으로 우편향 한 번, 좌편향 한 번.'

함께 가는 좌파와 우파 사이에서 허파도 살아 숨 쉽니다. 먹고사는 문제에 좌우가 다를 수 없으니까요. 대파 한 단 값에 민심이 출렁이듯.

"국민들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 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송구한 마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송구하다"고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엑스포 유치 실패에 이은 세 번째 담화이자, 두 번째 사과의 표현입니다.

부활절에 한 약속도 다시 했습니다.

"자세를 낮추고 국민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

대통령은 "의료계가 합리적 방안을 가져오면 얼마든 논의하겠다"고 말해 대화의 문틈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귀기울이기에는 미흡했습니다. 담화가 열린 브리핑 룸엔 기자가 없었습니다. 대통령은 51분 동안 만 천 삼백 여든 다섯 자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최근의 이종섭-황상무 사태, 부인 논란, 그리고 대파로 상징된 민생문제... 국민이 더 듣고 싶은 것들이 많았을 텐데, 의료사태에 집중했습니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를 "좀 아쉽다"고만 하고 지나갔습니다. 이 대사는 25일을 끌다 사퇴했습니다. 효과는 빛바랬지요.

오늘은 전공의들을 콕 집어 만나겠다고 했습니다. 미리미리 손을 내밀었다면 어땠을까요?

괴테가 말했습니다.

"방앗간 주인은 생각한다. 보리는, 내 풍차가 돌게 하려고 자란다고."

민주당이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당처럼 돼 가는 사이, 대통령과 여당은 반사이익을 누렸습니다. 그것도 잠깐이었습니다.

야당이 대통령의 대파 발언을 거두절미하긴 했습니다만 민심은 예민했습니다. 표심이란 그런 것일 겁니다.

대통령이 강서 참패 직후 했던 말이 있습니다.

"국민은 늘 옳다."

그 말을 잊은 건 아니겠지요.

4월 2일 앵커칼럼 오늘 '대파 한 단의 민심'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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