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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한 문장 일기] 최종철 '재난의 예술'

등록 2024.04.26 18:10 / 수정 2024.04.2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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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비 제공(예스24 캡처)

재난에 의해 모든 것이 끝나고 삶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을 때조차도 우리는 예술을 만든다. 예술이 그처럼 '손상된 삶'(damaged life)에 깃든 부정성으로부터 '희미한 메시아의 빛'을 움틔우리라 믿기 때문이다. 파국의 언어로 재난적 세계를 표상하는 것, "자기 눈 안의 거슬리는 티끌을 확대경 삼아 세상을 비춰 보는" 만년의 그 '작고 겸허한 윤리적 노력'(Minima Moralia) 속에서 비로소 "구원의 광휘"는 시작된다.

- 만년의 양식, 포스트 세월호 시대의 예술 작품

세월호 이후, 표현의 불가능성을 절감한 많은 예술가들이 작업을 멈췄다.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적 참사 앞에서 예술의 쓸모를 묻는 일은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모든 재현적 관습을 무위로 돌리는 비극"을 마주한 이들은, 시 쓰고 노래하는 일이 살아남은 누군가를 또 다시 아프게 할까 봐 어깨를 움츠렸다.

그러나 '재난의 예술'을 쓴 저자 최종철은 잊지 않기 위해 세월호는 재현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그 모든 이미지의 말살에 저항하며 "사라짐에 대한 존재론적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그 속에 각인된 역사 전체가 스스로 뛰쳐나오도록".

저자는 참사 이후 10년간 우리 문화와 예술에 발생한 중대한 변화를 분석한다. 그럼으로써 이 재난의 시대에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가늠하고자 한다.

"예술이 세계의 표현불가능한 진실과 표현에 대한 책무가 대립하는 모순의 바다를 떠도는 동안, 재난의 세계는 고통에 대한 아무런 표현도 얻지 못한 채, 그렇게 자신의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오래 앓고 만다."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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