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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봄날이 간다

등록 2024.05.06 21:52 / 수정 2024.05.0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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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이야!" "외통수네요." "내가 이겼습니다!"

외통수를 맞자 판을 쓸어버리기도 합니다.

"체크…메이트!"

서양 장기, 체스에서 외통수를 '체크메이트' 라고 합니다. 킹이 꼼짝없이 붙잡히는 상황이지요. 막다른 길에 몰려 더 이상 수가 통하지 않습니다.

'돌을 버려 선수를 다툰다'는 바둑 격언이 있습니다. 하수는 악착같이 돌을 아끼지만, 상수는 돌 몇 점을 내주고 주도권을 쥡니다.

'바둑은 끊어야 맛' 이지요. 단호하게 끊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바둑은, 훈수꾼이 더 잘 보기 마련입니다. 대마가 죽을 길로 가는데 돌을 쥔 사람만 모르는 겁니다.

김건희 여사 명품 수수 논란이 불거진 지 여섯 달. 대통령 부부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지 다섯 달 만에야 검찰 수사가 시동을 걸었습니다. 야권의 김 여사 특검법 처리를 앞둔 상황에서 '특검 회피용' 이라는 의심을 면치 못하게 됐습니다.

이 사건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선물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돼야 청탁금지법에 저촉됩니다. 김 여사는 공직자가 아니어서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그런데 검찰은 사건 배당만 하고 수사를 질질 끌었습니다.

대통령실은 '몰카 공작' 이라는 측면만 강조했습니다. 그렇게 민심을 돌려세웠습니다.

그간 설명하고 사과할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대통령은 "좀 아쉽다"고 해, 도리어 사안을 키웠습니다. 박절하게 대하지 못해 절박하게 몰린 격입니다.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매는 여론이고 여론은 국민" 이라며 했던 말을 떠올립니다.

"우유를 마실래? 아니면 매를 좀 맞고 우유를 마실래?"

만시지탄입니다. 이제라도 검찰은 박절하고 엄정하게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야 합니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말 겁니다. 검찰이 추가 수사에 나선다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도 마찬가지입니다.

봄비치곤 꽤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봄이 떠날 채비를 하는 모양입니다.

가는 봄을 가리켜 '낙화유수' 라고 합니다. 꽃은 지고 물은 흘러갑니다. 호시절도 그렇게 떠내려갑니다.

5월 6일 앵커칼럼 오늘 '봄날이 간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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