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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앵커칼럼 오늘] 7초의 침묵

등록 2024.05.15 21:51 / 수정 2024.05.1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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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참아낼 것인가. 칼 들어 고난의 파도에 맞설 것인가…" 

햄릿 독백 '죽느냐 사느냐'는, '침묵하느냐 행동하느냐'는 고뇌입니다. 하지만 침묵은 행동이기도 합니다. 이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말 없이 이야기하고, 듣지 않으면서 듣고, 목소리 없이 부르는…" 

노무현 대통령이 송광수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말했습니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통치 철학을 따라야 합니다."

송 총장이 침묵하자 그 말을 다시 했습니다. 그래도 고개 숙이고 버텼다고 합니다.

그는 청와대와 번번이 충돌했습니다. "내 목부터 치라"고 했습니다.

아홉 달 동안 대선 자금을 수사해 측근들을 잡아넣었습니다.

그래도 노 대통령은 말했지요. 

"믿음직스럽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간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7초의 침묵으로 웅변했습니다. 

"어제 단행된 검사장 인사는…" 

김건희 여사 수사 라인 교체는 시기부터 우연찮습니다.

이 총장이 서울중앙 지검장에게 전담 수사팀 구성과 '신속 철저한 수사'를 당부한 지 열하루 만입니다.

민정수석이 복원돼 임명된 지 엿새 만입니다. 내용은 더 공교롭습니다.

김 여사 관련 수사를 지휘해온 중앙지검장을 내보냈습니다. 후임에, 대통령이 검찰총장 때 최측근을 임명했습니다.

검찰총장 참모, 대검 부장 일곱 명 중 여섯 명도 들어냈습니다.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입니다. 4년 전 문재인 정부 '인사 학살'의 데자뷔입니다.

이 총장이 "소명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사퇴설을 물리친 건 누굴 닮았겠습니까.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다짐도 그렇습니다. 이제 중간 간부들을 쫓아냈던 '2차 학살'이 재현될 것인지 걱정스럽습니다.

여기서 멈추는 것이 순리입니다. 누구보다 대통령이 잘 알 것입니다.

철로 한쪽에 쌓아둔 침목들이 일자로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세상은 열차처럼 떠들어대는 자들의 몫인 것 같지만, 침묵하는 자들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침목은 침묵으로 말한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만 내달리라고 침묵으로 말합니다. 김 안 나는 숭늉이 더 뜨겁습니다.

5월 15일 앵커칼럼 오늘 '7초의 침묵'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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