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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앵커칼럼 오늘] 찬란한 슬픔의 오월

등록 2024.05.17 21:53 / 수정 2024.05.1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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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파주 오두산 전망대입니다. 30킬로미터 떨어진 개성 송악산이 지척인 듯 다가섭니다.

북녘 사람들이 모내기하려고 논에 물을 댑니다.

빛깔도 숨결도 티없이 맑은 오월 하늘을 보며 시인은 '왈칵 눈물이 솟구쳐 흐를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한 이틀 비 내리더니, 세상의 먼지 모두 씻기고 투명한 바람. 서울에서 개성의 송악이 보인다.'

시인은 눈부신 오월에 떠난 이를 기립니다.

'이렇게 깨끗한 날을 선물한 날, 신(神)은 곁에 두고 싶은 사람 한둘을 데리고 간다.'

봄이 오면 하늘나라 엄마는 딸이 더 그립습니다.

'흰 항아리가 되어, 작은 꽃들과 함께 네 책상 위에 놓이고 싶다. 너의 훌쩍 자란 등뼈를 만져보고 싶다.'

어릴 적 어머니를 잃은 시인이 소원합니다. 하늘나라에서 단 5분만 오신다면, 엄마! 소리 내 불러보고 싶습니다.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오월은 그리고 백두대간에 폭설을 퍼부었습니다. 설악이, 파란 하늘 아래 하얀 눈을 뒤집어썼습니다.

오월 중순 대설주의보는 기상 관측을 시작한 뒤로 처음입니다.

눈 속에 핀 이 진달래처럼 오월은 두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빛이 찬란하면 그림자도 짙습니다. 기쁨과 슬픔, 싱그러움과 그리움이 엇갈리는 오월입니다.

김영랑 시인이 노래했듯 '찬란한 슬픔의 봄'입니다. 생명이 용솟음하는 계절에, 시인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생각합니다.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착한 당신, 잊지 마. 바람의 말을.'

오월이면 상처가 더욱 들쑤시는 이들이 있습니다. 세월이 가도 그 상처엔 딱지가 앉지 않습니다. 아파서 아름다운 상처입니다. 

'그 사람에 아픔이 없다면 누가 곁에 있어주리… 무엇이 아름다우리.' 

"천국에서 만나자. 그때 널 보면 뭐라고 하지? 재학아, 엄마 안 보고 싶었어?" 

5월 17일 앵커칼럼 오늘 '찬란한 슬픔의 오월'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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