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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앵커칼럼 오늘] 스스로 빠져든 나락

등록 2024.05.22 21:51 / 수정 2024.05.2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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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뭘 잘하지?" "서명 위조랑 거짓말, 다른 사람 행세하기…"

이 원제목처럼 그의 재주는 거짓말입니다. 처음 지어낸 거짓을 참말처럼 꾸미려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로 스스로를 가둡니다. 

"난 지하실에 처박힌 거야. 외롭고 어두운… 내가 누군지, 어디에 있는지…"

파멸의 낭떠러지에서 후회해봐야 부질없습니다.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모든 걸 지울 수 있다면 나부터 지우고 싶다."

사람은 실수하고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실패를 디디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요. 헤밍웨이의 말입니다.

"남보다 뛰어나다고 해서 고귀한 것은 아니다. 과거의 자신보다 뛰어나야 진정으로 고귀한 것이다."

가수 김호중 씨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4년 전 불법 도박이 드러났을 때 사과문입니다. "김호중은 결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모든 분들께 다짐합니다." 사회복무요원을 마치고 복귀하면서도 다짐했습니다.

"실수를 해봤기에 같은 실수를 하지 말자는 생각입니다."

모두 헛말이었습니다. 그는 누가 봐도 망하는 길만 골라서 갔습니다. 거짓말 행진의 막다른 벼랑 끝에서야 음주 운전을 시인했습니다. 그 사이 실망은 분노로, 분노는 혐오로 번졌습니다. 파괴된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는 망가진 양심이었습니다.

그에겐 굴곡진 삶의 서사가 있습니다. 부모가 이혼하고 할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냐"며 사람들을 미워했다고 합니다. 스승의 눈물과 기도로 바로 선 이야기는 영화가 됐습니다.

"어떻게 살았냐고 묻지를 마라. 이리저리 살았을 거란…"

마침내 별로 빛나면서 세상을 향해 '태클을 걸지 말라'고 외쳤습니다. 그 절정에서 열혈 팬덤에 만취해버린 걸까요.

무슨 짓을 하든 감싸고 환호하며 함께 추락하는 정치판 팬덤을 닮았습니다. 그를 사랑으로 끌어안았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당부했다고 합니다.

"남에게 해 끼치지 말아라. 다 너에게 돌아온다. 하늘에서 지켜보마."

이제라도 법리에 매달리지 않고, 마음 다해 뉘우치고 사죄하는 것이 할머니를 위로하는 길입니다.

5월 22일 앵커 칼럼 오늘 '스스로 빠져든 나락'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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