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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문고리 돌아오다

등록 2024.05.27 21:55 / 수정 2024.05.2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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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대승사, 대웅전 불단 벽은 예술 작품입니다. 보살 불제자 수호신들이, 가운데 아미타여래의 설법에 귀 기울입니다.

높이 3.5미터 판목에 새긴 국보 목각탱입니다. 위쪽 대범천과 제석천은 인도 고대 신 이었습니다.

아랫단 사천왕도 귀신들의 왕이었지요. 악령도 끌어들여 불교 수호신으로 삼은 겁니다.

조조가 관우를 붙잡고 있을 때 책사들이 그를 죽이라고 했습니다. 조조는 관우를 부하로 삼고 싶었습니다.

극진히 대접했지만 관우는 유비에게 돌아갔습니다. 위연은, 유비의 적 한현의 장수였습니다.

인심을 잃은 주군을 해치고 투항했지요. 제갈량이 말했습니다.

'그 자는 불충한 배신자입니다.'

유비는 한사코 위연을 중용했습니다. 위연은 모반을 일으켰고, 죽은 제갈량이 남긴 계책에 걸려 참수당했습니다.

삼국지에선 적이 아군 되고, 아군이 적 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세상이 어지럽긴 해도 지금이 삼국지 같은 난세는 아닐 겁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대통령실 비서관에 기용된 건, 여러모로 난합니다. '문고리 3인방'에 꼽혔던 그는 국정 농단에서도 중요한 문고리였습니다.

그의 대포 폰에 담긴 최순실 녹취 파일은 농단 수사의 보물창고였습니다. 그를 수사해 감옥에 보낸 것도, 복권시킨 것도 윤석열 대통령 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그를 따로 만났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요. 금품 비리가 없었고 업무도 성실해 좋게 봤다고 합니다.

인지상정일지 모르지만 '비선의 문고리'까지 '성실한 업무'로 포장될 수는 없습니다.

그가 탄핵심판 변론에서 했던 말에 그의 민얼굴이 있습니다. 

"최순실 씨는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도와주는 사람이었지, 밖으로 등장하면서 뭔가 일이 꼬인 거 같은데…" 

'인사는 메시지' 라고 하지요. 본의든 아니든 대통령의 인사에서 '아는 사람, 가까운 사람을 쓴다'는 규칙이 읽히곤 합니다.

얼마 전 새어 나왔던 총리-비서실장 하마평이 단적인 예입니다.

'눈은 자신을 믿고, 귀는 남을 믿는다'는 독일 속담이 있습니다.

제 눈으로 보는 것보다 남의 말을 듣는 게 현명할 때가 많습니다. 사람을 판단하고 고를 때는 더 그렇습니다.

5월 27일 앵커칼럼 오늘 '문고리 돌아오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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