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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구태 정치질 지겹다

등록 2024.06.05 21:50 / 수정 2024.06.05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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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길로 차를 대요(Pull over)!"
"뭐라고요?"
"차 대라니까!"

과속으로 걸린 바보가 맥주병을 옷으로 가리며 딴소리를 합니다.

"아니요, 내가 입고 있는 건 스웨터(Pullover)가 아니라 카디건입니다.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멍청이가 탑승구를 뛰쳐나가며 FBI라도 되는 듯 신분증을 내보입니다.

"괜찮아, 나는 리무진 운전사다!"

그 말로가 이렇습니다.

이상직 전 의원은 갖은 비리와 의혹이 보도되자 '가짜 뉴스'로 몰아붙였습니다. 맨 먼저 '언론 징벌법'을 주장했습니다.

"누구의 사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의원들이 가짜 뉴스와 싸울 수 있는 최소한 보호장치다."

그는 횡령-배임과 선거법 위반으로 7년 넘는 형을 받아 복역 중입니다.

유독 언론에만 형벌처럼 과다한 손해배상으로 재갈을 물리는 징벌법을, 민주당이 다시 들고 나왔습니다. 3년 전 입법 직전까지 갔다가 호된 여론에 물러섰던 악법이지요.

거기에다 반론 보도를 원래 보도와 같은 분량으로 실어야 한다는 조항까지 넣었습니다. 변명과 발뺌도 똑같은 비중으로 다루라는 겁니다.

재탕 징벌법은 이상직 전 의원처럼 언론에 곤욕을 치른 양문석 의원이 앞장섰습니다. 그는 총선 때 대학생 딸 명의로 아파트 편법 대출을 받은 사실이 보도되자 큰소리쳤습니다.

"악의적 보도에 대응하겠다."

당선 일성도 이랬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1호 법안으로 추진하겠다."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던 20대 딸이 어떻게 11억 원 대출을 받았느냐"는 취재 질문에 보였던 반응과는 딴판입니다.

"좀 살살 하자. 나 진짜 힘들다. 정말 부탁한다. 어떻게 안 되겠느냐. 한 번만 빼달라."

새벽 네 시, 국회 법사위에서 언론 징벌법을 통과시킨 민주당 의원들이 주먹을 맞대 자축했습니다.

"역사적인 날이네."
"사진 한번 찍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역사적인 날 맞습니다. 여의도 권력의 언론 압제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을 테니 말입니다. 이제 누가 또 한 장면을 보탤까요.

'세상에는 오직 하나의 죄, 도둑질뿐이다. 모든 죄는 도둑질의 변형이다.'

양 의원이 당내 중진에게 했던 말, 돌려드립니다.

6월 5일 앵커칼럼 오늘 '구태 정치질 지겹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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