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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앵커칼럼 오늘] 천 일의 이재명

등록 2024.06.13 21:52 / 수정 2024.06.1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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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눈에 뭐가 들어갔소."

크리스마스 유령에게 이끌려 과거로 간 스크루지가, 불우했던 자신을 보며 눈물을 훔칩니다. 현재 조카 집에선 가장 지독한 존재를 맞추는 스무고개가 벌어집니다.

"알았다! 당신 삼촌 스크루지이지요?" "정답!"

미래에서는 차가운 땅속 관으로 떨어지며 발버둥칩니다. 추락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벌새처럼…

"벌새는 1초에 여든 번이나 날갯짓을 하지. 날개가 멈추면 10초도 못 가 죽어버리지."

이재명 대표는 이화영 사건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말초적이고 희화적인 동문서답으로 응수하곤 했습니다.

"인연이라면 내의 사 입은 거…" "검찰의 창작 완성도가 매우 낮은 것 같습니다." "검찰의 신작 소설이 나온 것 같은데…"

이 씨가 검찰청 술자리를 주장했을 땐 이랬습니다.

"100% 사실로 보입니다."

지난주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해 소설과 괴담의 진위를 판가름할 때 이 대표는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5분 넘게 눈을 질끈 감은 채 의자에 등을 깊이 기댔다고 합니다. 법정을 나서면서도 입을 다물었습니다. 닷새를 침묵하다 기소되자 입을 열었습니다.

"검찰의 창작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쯤이면 차근차근 설명하고 떳떳하게 입장을 밝힐 만한데 역시 이 대표답습니다. 소설이라고 눙친다고 넘어가질까요.

이 대표는 검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고 합니다.

"이화영이 나도 모르게 도지사 직인이 찍힌 서류를 만들었다."

또 이렇게 썼지요.

"직인 찍은 기억이 없다. 도지사 하루 결재가 몇 건인지 아느냐."

그보다 2년 전 성남 시장 때 했던 자랑도 잊어버린 모양입니다.

"단돈 백만 원이 들어가는 예산 집행도 시장 결재 없이는 못 한다."

그간 이 대표 주변 인물 네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측근 네 명이 유죄를 받거나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네 번째 기소된 이 대표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대선이 993일 남았습니다. 상고심까지 걸린 형사재판 평균 기간 586일보다 훨씬 깁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닙니다. 소설처럼 부조리한 세상을 밝히는 것이 바로, 사법부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6월 13일 앵커칼럼 오늘 '천 일의 이재명'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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