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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건의 해부] 터질 게 터졌다?…현직교수 13명 연루된 '음대 입시비리'

등록 2024.06.14 08:16 / 수정 2024.06.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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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주 금요일, 한주간 사회적 이슈가 됐던 사건을 짚어봅니다. '사건의 해부' 시간입니다. 사회부 사건데스크, 최석호 차장 나왔습니다. 최 차장, 오늘의 주제부터 얘기해 보죠.

[기자]
오늘의 주제입니다. 그들만의 리그, 터질 게 터졌다? 우리 국민들에게 '교육'은 가장 민감한 사안 가운데 하나입니다.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들까지 몇년을 고생합니다. 그래서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백년지대계에 비리가 있었다면 어떻겠습니까? 음대 입시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습니다. 입시비리에 연루된 현직 교수 13명이 검찰로 넘겨졌고, 이 중 1명은 구속됐습니다.

[앵커]
지금 시대에 입시비리가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은데, 어느 대학에 일어난 일입니까?

[기자]
서울대와 경희대, 숙명여대 등 서울 소재 4개 대학의 성악과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한 대학의 입시 실기평가표를 보겠습니다. 17명의 수험생 중에 유독 90점을 받은 학생이 2명 있습니다. 결격자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14명의 평균 점수가 77.85점인 것과 비교하면 12점 이상 높은 점수입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 이 학생들을 불법 교습했던 현직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대학 측에서는 수험생을 가르쳤던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몰랐던 건가요?

[기자]
몰랐습니다. 이들의 불법 교습은 아주 은밀하게 이뤄졌습니다. 현직 교수와 학생·학부모들의 부적절한 만남엔 음악 강사 출신의 입시브로커가 있었습니다. 화면에 나오는 저 곳이 불법 교습 장소입니다. 입시브로커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강남과 서초의 연습실을 대관해서 과외 교습소로 사용했는데, 현직 교수들은 2년여 간 이곳에서 240여 차례의 불법 성악 교습을 하고 1억 3000만 원을 받아챙겼습니다.

[앵커]
보는 눈도 있었을텐데, 어떻게 가능했던 거죠?

[기자]
수험생과 교수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에 그 답이 있습니다. 교습을 받으러 온 학생에게 교수는 "앞 학생이 가고 나면 부르겠다"면서 "앞 학생과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차 안이나 휴게실 쪽, 옆 방에 있으라"고 말합니다. 학원법엔 "학교에 소속된 교원은 과외교습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현직 교수들의 과외는 엄연한 불법이고, 과외금지 제한을 어기면 1년 이하의 금고,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경찰은 "교수들이 불법임을 알면서도 용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면서 "소위 돈 있는 집에서나 가능한 고액 과외였다"고 했습니다.

[앵커]
불법 교습도 교습이지만, 실제 입시 심사위원으로 들어가서 높은 점수를 줬다고 하잖아요. 블라인드 테스트일텐데, 어떻게 가능했죠?

[기자]
교수들은 그야말로, 그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입시비리가 가능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습니다.

김상곤 / 한국성악가협회 이사장
"성악은 자유곡이 많아서 1시간이나 1시간 반 안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몇십명 있을 거잖아요. 그 학생들 사이에서 특정한 곡을 부르는 학생들이 몇 명 없어요. 그러니까 학생 (자유곡)에다가 음색까지 기억해 버리면 그 학생을 찾아내기는 어렵지가 않죠. 그 교수들이 어렵지 않습니다."

자신이 과외한 학생의 음색을 알고, 어떤 자유곡을 부를지를 알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정말 '그들만의 리그'네요. 레슨비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얼마나 받은 겁니까?

[기자]
30분에서 1시간 교습에 보통 20에서 50만 원을 받았고, 시간당 70만 원을 받아챙긴 교수도 있었습니다. 대학에 합격하면 학부모들은 교수에게 현금과 명품가방을 추가로 건넸는데, 이들에겐 분명한 '갑을관계'가 있었습니다. 경찰조사 결과 일부 수험생이 교습내용을 녹음하다 걸리기도 했는데, 교수는 해당 학생을 곧바로 교습에서 배제했습니다.

[앵커]
입시비리를 통해서 실제 합격한 학생들도 있을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다만 경찰은 "개별 교수들의 문제이고, 대학도 피해자"라면서 어느 대학에, 몇명이 합격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학 측에는 입시비리에 연루된 학생들의 정보를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교육부 관계자는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한 학생들에 대해선 대학 측과의 논의를 거쳐서 입학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의 파장이 큰 건 학생들의 미래가 걸려있는 입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부정한 방법으로 대학에 갔다면 또다른 누군가는 피해를 봤을 겁니다. 암암리에, 관행처럼 이어진 교수들의 불법과외를 막기 위해서 교육부는 다음달 중에 사교육과 관련한 대학교원의 겸직 금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누군가는 피해를 봤을 것이란 말이 마음에 남네요.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이런 일로 눈물 흘리는 일이 더이상 없어야겠습니다. 최 차장,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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