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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앵커칼럼 오늘] 정문술

등록 2024.06.14 21:51 / 수정 2024.06.14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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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다리에 섰습니다. 고향을 살리려고 꾸린 협동조합이 파산에 몰려, 모든 꿈이 스러졌습니다. 순간 한 노인이 뛰어내립니다. 남자는 얼결에 노인부터 구합니다.

"자네를 구하려고 뛰어든 거야…그 바람에 자넨 못했잖아."

노인은 그의 수호천사 였습니다. 그는 '신의 위대한 선물' 삶을 새롭게 얻어 꿈을 이룹니다. 절망을 뒤집으면 희망입니다.

강물이 그렇습니다.

'저렇게 버리고도 남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는 어디서 죽을 것인가. 저렇게 흐르고도 지치지 않는 것이 희망이라면, 우리는 언제 절망할 것인가.'

정문술 전 카이스트 이사장은 40대에 전기설비업에 나섰다가 퇴직금 사기를 당했습니다. 어렵사리 반도체 장비 벤처, 미래산업을 창업했지만 장비 개발에 고전하며 다시 빈털터리가 됐습니다.

사채에 쫓기고 파산에 몰려 가족과 함께 떠날 결심을 했습니다. 약국을 돌며 약을 모았습니다.

그는 "돈 때문에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기에 오기가 솟았다"고 했습니다. "배신이 아니라 신의로, 보란 듯 성공하겠다"고 이를 악물었습니다. 그렇게 벌어 아낌없이 포기하겠노라, 스스로 약속했습니다.

그는 예순세 살에, 번창하던 미래산업을 사내 전문 경영인에게 넘겼습니다. 자식들은 회사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했습니다.

그 '불사조 기업인' '벤처기업 대부'가 하늘로 돌아갔습니다. '독약'이라고 믿었던 유산, 한 푼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생전에 재산 5백15억 원을 카이스트에 내놓았습니다.

2차 기부를 약정하며 밝혔던 소회입니다.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기부를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변하더라"고 했지요.

이런 속마음도 털어놓았습니다.

"나도 인간이니까 회사를 자식놈한테 물려주면 좋을 텐데…"

'무엇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가 답했습니다.

"밥값을 하고 죽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지요. 약속을 지킨 사람으로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소박하되 감히 아무나 이루지 못할 소망입니다. 사람이 완벽할 수야 없겠지만, 온통 허세와 겉치레가 춤추는 세상에서 그는 곧은 어른으로 살다 갔습니다.

6월 14일 앵커칼럼 오늘 '정문술'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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