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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가두는 장벽

등록 2024.06.19 21:52 / 수정 2024.06.1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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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살 동독 초병이 총을 멘 채 철조망을 뛰어넘습니다. 동독이 동-서 베를린 경계선에 장벽을 만들기 시작한 이틀 뒤 첫 탈출이었습니다.

그곳 베르나우어가(街) 일대는, 장벽이 동네 복판을 가로질러 탈출자와 희생자가 유난히 많았습니다.

경계선에 붙은 아파트는 장벽을 칠 수 없어서 서쪽 출입구를 막았습니다. 주민들은 창문으로 뛰어내렸습니다. 서베를린 소방대가 펼친 망 밖으로 떨어지면서 첫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동독은, 창문을 벽돌로 막은 뒤 아파트를 폭파해버렸습니다. 붕괴될 때까지 동독인 5천여 명이 장벽을 넘었습니다. 사살되거나 지뢰가 폭발해 백마흔 명 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렇게 어린아이들도 희생됐습니다.

만리장성부터 미국의 멕시코 국경까지, 장벽은 침입을 막는 시설입니다. 현대사의 예외가 베를린 장벽이지요. 감옥처럼 주민을 가뒀습니다.

북한이 비무장지대 북방한계선 네 곳에, 길이 수백 미터, 높이 4~5미터에 이르는 장벽을 쌓고 있습니다. 형태는 대전차 방호벽 이지만 군은, 북한군과 주민의 귀순 탈출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4월부터 남북 연결도로 10여 곳에서 지뢰를 매설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투입되는 인원이 많게는 수천 명이라고 합니다.

귀순자 발생 지역에서는 작업자 수십 명이 군사분계선을 침범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자 병사들의 동요와 이탈을 막겠다는 의도가 보입니다.

지뢰가 폭발해 후송된 사상자도 수십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러고도 석 달째 작업을 계속하는 냉혈에 소름이 돋습니다.

김정은은 올해 초 "접경 지역의 모든 남북 연계를 분리하겠다"고 했습니다. 완충과 평화의 비무장지대를, 가두고 대결하는 전선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38선 이북, 한탄강 승일교는 북한이 교각을 세웠고, 휴전 후 우리가 완공했습니다.

'반쪽은 네가 놓고, 나머지 반쪽은 내가 만들고, 짐승들 짝지어 진종일 넘고… 철조망도 못 막아, 지뢰밭도 또 못 막아…'

북한의 장벽과 지뢰밭은 베를린 장벽처럼 역사의 필연을 거스르려는 헛된 몸짓입니다. 무너지지 않는 벽은 없습니다.

6월 19일 앵커칼럼 오늘 '가두는 장벽'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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