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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北-러,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셈법과 속내는

등록 2024.06.20 07:47 / 수정 2024.06.2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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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푸틴 대통령이 당일 치기 방북을 마치고 어젯밤 다음 순방지인 베트남으로 떠났습니다. 방북 기간은 짧았지만, 양측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맺는 등 전례 없는 친밀감을 과시했는데요, 국제부 서영일 기자와 푸틴 방북을 결산해보겠습니다.

서 기자, 이번 푸틴의 방문을 북한이 꽤 공들여 준비하는 모습이 관측됐는데, 환영 분위기는 어땠나요?

[기자]
네 오래전부터 북한은 김일성 광장에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의 모습이 위성에 관측됐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어제 새벽 2시 넘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영접했는데요, 어젯밤 푸틴이 떠날 때도 다시 공항에 나와 직접 환송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푸틴 도착 당시 평양 도심 일대는 전력난에도 환하게 불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튿날 환영식에서는 두 사람의 얼굴이 크게 걸렸고, 평양 주민들이 동원된 대규모 행사로 진행됐습니다. 푸틴은 김정은에게 아우루스 리무진을 추가로 선물했는데. 두 사람은 번갈아 차를 운전하는 등 친밀감을 과시했습니다.

[앵커]
당초 1박 2일 일정이었지만, 예정보다 짧게 당일치기로 끝났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이번 회동을 통해 무얼 노렸습니까?

[기자]
이번 방북은 24년만, 양국 정상이 회담을 한 지 9개월여 만에 이뤄졌습니다. 북한은 푸틴의 이번 방북으로 인해 동맹관계로의 지위 격상을 노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협정 이후 북한은 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동맹'이란 단어를 3번이나 강조하면서 언급했는데요. 이번 푸틴의 방문을 최고로 높은 고위급 방문인 국가 방문으로 천명한 것도 이런 속내가 담겼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한미일 동맹 구조에 대응하는 북·중·러 연대 구조에서의 북한의 위상을 높이고 향후 대미 협상력도 높이려는 전략도 감지됩니다. 또 핵무기 고도화와 핵 개발 등에 대해 향후 있을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제를 두고, 러시아가 우군이 되어 거부권 행사 등을 할 수 있도록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각에선 푸틴이 이런 북한의 속내 등을 의식해 비교적 조심스러운 행동을 취했단 관측도 나왔는데요. 정상회담에서의 지각이 잦은 것으로 악명높은 푸틴이긴 하지만, 이번엔 일부러 늦은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과의 관계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만큼 회담 발표에서 '동맹' 언급 없이 조심스러운 모습이 나온 것이란 해석도 있습니다.

[앵커]
어쨋든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국가 간 외교 관계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 건가요?

[기자]
아직 협정의 정확한 문건 내용이 나오지 않아 확인은 어려운 상태입니다. 회담 뒤 언론 발표에서 러시아가 밝힌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바로 이 '상호 지원' 의미에 집중해야 합니다. 1961년 북한과 소련이 체결한 조소 조약에는 일방이 무력 침공을 당해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지체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돼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우려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번 협정 이후에는 이 군사라는 내용 대신 상호 지원만 언급해, 범위가 넓고 구체적이지 않아 평가가 어렵다는 게 사실입니다.

[앵커]
이번 협정을 두고 한미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이번 방북을 전후해 정부와 미국은 모두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시해 왔습니다.

패트릭 라이더 / 미 국방부 대변인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 강화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에 관심이 있다면 관심을 가지고 우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특히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을 두고 과거 조소 조약처럼 군사 개입 조항이 담길 것을 우려한 정부가 러시아에 '선을 넘지 말라' 경고하기도 했었죠. 다만 모호한 군사 지원 문구를 두고선, "누군가 북한이나 러시아를 침략할 거란 존재하지 않는 확률에 대한 약속" 이라 평가하면서 정부도 아직 조심스러운 모양새입니다. 미국 역시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의 협력 강화를 우려한다는 신중한 반응만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그대로 북러 간 군사 협력은 강화될 가능성은 높아진 셈 아닙니까.

[기자]
전문가들 사이에도 협정의 수준을 놓고 관측이 엇갈리는데요, 일부 전문가는 이번 협정으로 북러 관계가 옛 소련과 불한의 조약 같은 자동 군사개입 수준에 이르렀다고 분석하는 반면, 러시아가 만약 북러 간 자동 군사개입을 의도하려 했다면 협정에 분명하게 적시했을 거란 지적도 나옵니다. 일단 북한은 이번 협정이후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포탄 등 재래식 무기 지원을 더 늘이고 러시아로부터 대륙간 탄도 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핵 추진 잠수함 기술 등을 전수 받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앵커]
푸틴 대통령의 짧은 방북이 한반도 주변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좀 더 지켜봐야겠군요. 서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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