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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민주당 아버지의 애완견

등록 2024.06.20 21:50 / 수정 2024.06.2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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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벼룩을 퍽이나 사랑했네. 친아들처럼 애지중지했네…"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가 애완 벼룩을 키우는 왕을 노래합니다. 아첨꾼 벼룩의 무리가 거들먹거리며 닥치는 대로 물어댑니다.

"우리를 물면 당장 뭉개버릴 텐데…"

거짓말을 못하게 된 거짓말쟁이가 속마음을 토해냅니다.

"당신은 내가 본 최악의 '갈색 코(Brown-nose)'야. 보스의 엉덩이에 머리를 들이밀었잖아."

'아첨한다'를 영어로 '엉덩이에 키스한다'고 하지요. 얼마나 깊이 키스하면 코에 갈색 변이 묻을까요. 이런 초특급 아부꾼들을 '상분지도(嘗糞之徒)' 라고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님이십니다. 집안의 큰 어른으로서 이재명 대표님께서는…" 

새로 임명된 최고위원이 이 대표 면전에 올린 헌사는 '아첨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뺨칩니다.

"환영합니다. 앉으세요 앉아. 알았어…"

얼마나 흡족했던지 말끄트머리를 잘라먹습니다.

두 사람은 나이가 같습니다. 이 최고위원은 당헌 당규 개정을 '역사적 사건'으로 찬양합니다.

"이재명 대표 시대이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리고 이재명 대표께 감사 드립니다."

어리둥절합니다. 무리하게 당권과 대권을 한데 묶어 대선 가도에 꽃을 깔아준 건데, 이 대표에게 감사하다니요. 맞은편 사진 속 장면 총리가 취재진과 함께 알랑방귀를 지켜봅니다.

민주당은 신익희 초대 국회의장, 윤보선 대통령, 장면 총리를 '당의 역사를 열어준 뿌리'로 모시며 자랑했지요.

'그 시대 민주당의 적통을 이어받았노라.'

그 '민주당의 아버지들' 앞에서 새아버지를 모셨으니 이런 모독이 없습니다.

사진 속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편치 않겠지요. 곁에 달라붙어 얼굴의 티끌을 떼어내주던 측근을 이 대표는 단수공천 해줬습니다. 원내대표로 사실상 낙점해 무투표 당선시켰습니다.

아첨의 맛에 취하면 마약에 빠진 듯 헤어나지 못합니다. 귀를 막고 눈을 가린 채 암흑으로 끌려갑니다.

소크라테스가 말했습니다.

"까마귀는 시체를 쪼아 먹지만 아첨꾼은 생사람을 먹어 치운다."

6월 20일 앵커칼럼 오늘 '민주당 아버지의 애완견'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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