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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유월의 눈

등록 2024.06.21 21:52 / 수정 2024.06.2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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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핸드백이 뙤약볕에 녹아내립니다. 슬리퍼들이 바닥에 질척하게 녹아 붙었습니다. 햇빛이 달군 프라이팬에서 달걀이 도망치다 반숙으로 축 늘어졌습니다.

대구 어느 백화점이, 바로 앞 광장에 여름마다 설치했던 조형물입니다. 아프리카같이 더운 대구, '대프리카'를 상징하다 사라졌지요."안 그래도 더운데 더 덥다"는 민원이 많았다고 합니다.

"어제 대구에서는 수은주가 40.2도까지 올라가…"

폭염에 정전된 서민 아파트 사람들이 바깥에 나와 더위를 달랩니다. 아내를 구타하는 남편에 격분한 여자들이 남자를 공격합니다. 다른 남편들까지 뒤엉켜 아수라장이 됩니다.

'끓는 도시였다. 타오르던 능소화는 반쯤 목이 잘렸다. 보름달, 레몬빛이다.'

사람도 북극도 녹아내리는 여름날, 시인이 수박을 쪼개다 지구를 생각합니다.

'숲을 깎고 땅을 쪼개 눈물을 뽑아 먹는다. 문명의 단맛에 취해 드디어는 북극의 눈물까지 먹는다.'

유월은 이제 더는 초여름이 아닙니다. 전국 기상 관측 지점 넷 중 하나가 역대 최고기온 세 손가락에 드는 기온을 기록할 정도로 혹독합니다. 거침없이 37도를 드나드는 폭염에 다들 흐물흐물합니다.

오늘 새벽, 서울 최저 기온도 23도에서 멈췄습니다. 열대야에 가까운 밤을 뒤척이느라 잠을 설친 분이 많았을 겁니다. 긴 여름을 어찌 살아낼지 생각만 해도 아득합니다.

거기에다 불쾌지수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게 정치판입니다. 정치가 어느 지경인지 일일이 꼽아 봐야 짜증만 더할 뿐이지요. 대신 외국 언론의 뼈아픈 시선을 돌아보겠습니다.

"좌파가 장악한 입법부와, 인기 없는 보수 대통령의 정부로 정치 리더십이 쪼개지면서 적어도 다음 대선까지 정국이 교착될 전망이다. 정치 리더십의 부재 때문에 개혁과 선진화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유월에 하얀 눈처럼 피는 꽃, 유월설입니다.

'유월에 내리는 함박눈 같은 거… 모두가 희디흰 꽃 잔치.'

미쳐 들끓는 대지를 식히며 흙냄새 맵싸하게 몰고 오는 한국 정치의 유월설은 언제나 내리는 걸까요.

6월 21일 앵커칼럼 오늘 '유월의 눈'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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