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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몽골 기병대장

등록 2024.06.24 21:55 / 수정 2024.06.2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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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라, 아가야. 다 왔단다."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수사관이 놓친 유모차가 역 계단을 굴러 내려갑니다.

명장면 '오데사 계단의 학살'을 느린 그림으로 변주했습니다. 원작에선 유모차에 가속도가 붙어 사뭇 긴박합니다.

카자흐 기병대의 총탄에 쓰러지는 시민들과 교차시켜 관객을 숨가쁘게 몰아붙입니다. 

늘 속전속결을 외쳤던 정치인이 정동영 의원입니다.

"몽골 기병이 돼 질풍노도같이 누비겠다."

그가 대선에 나섰을 때 팬 카페 대표가 바로 이재명 대표였지요.

대선 후보가 되자 유럽과 아시아를 휩쓴 몽골 기병 속도전의 힘을 내세웠습니다.

"빠른 속도, 거기에 더해서 단결된 힘이었습니다…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이재명의 민주당'을 완벽하게 구축한 뒤 선언했습니다.

"개원 즉시 몽골 기병과 같은 자세로 민생 입법과 개혁 입법 속도전에 나서겠습니다."

그런데 속도전이, 민생도 개혁도 아닌 쪽으로 내닫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해 연임 수순에 착수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연임 얘기를 웃어넘겼는데 그러지 못할 상황이 됐다"고 했습니다.

'등 떠밀리기' 인지 아니면 '엎드려 절받기' 인지, 어느 쪽으로 보는 게 온당하겠습니까.

이른바 '민주당의 사유화'는 나아가 '국회의 사유화'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 방향을 대놓고 드러낸 것이 무더기 검사 탄핵입니다.

탄핵 대상으로 지목한 검사 넷 중 셋이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입니다. 국회 법사위로 검사들을 불러 조사까지 할 태세입니다.

탄핵안을 통과시키면 당장 검사 직무가 정지돼 수사를 할 수가 없습니다.

몽골의 무자비한 침공에 불타는 신라 걸작, 황룡사 탑을 보며 승려 무의자가 탄식했습니다.

"번지는 불길 속에서 한쪽은, 무간지옥을 보여주더라."

몽골 기병은 기동력만 빼어난 게 아니라 잔인하기로도 이름났습니다.

이 대표가 검찰 소환을 통보 받고 분개했습니다. 

"망나니 칼춤을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마치 약소국이라도 짓밟듯 말발굽 소리 요란하게 내달리는 민주당과 그 '아버지'를 보며 그때 그 말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6월 24일 앵커칼럼 오늘 '몽골 기병대장'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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