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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앵커칼럼 오늘] 인재(人災) 이제는 그만

등록 2024.06.25 21:51 / 수정 2024.06.2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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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가라앉지 않는다는 배인가요?"
"하나님도 이 배는 침몰시킬 수 없지요."

인간의 방심과 나태가 타이태닉호를 두 동강 냅니다.

"빙산 경고문은 걱정 마세요. 이맘때면 으레 있는 일이죠."
"구명정이 많이 부족할 것 같은데요?"

모든 재앙과 사고가 그렇듯, 타이태닉 침몰도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산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 그 필연을 밟을지 모르는 살얼음판입니다.

소설가 김탁환도 말했습니다.

"그 배를 타지 않았기에 아직 살아 있다는 행운은 얼마나 허약하고 어리석은가."

이름 대신 번호로 불렸던 메르스 희생자를 추적한 르포 소설에서 외쳤지요.

'인간이 아니라 바이러스 덩어리 취급을 받았다.'

번호에는 인격이 없습니다. 리튬전지 공장,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 명단이, 차가운 번호로 쓰여 있습니다. 발견 순서에 따라 붙인 식별 번호입니다.

대다수가 외국인이고 시신이 많이 훼손됐기 때문입니다. 고국의 유가족 유전자를 채취하고 확인해 이름을 되찾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나마 달려온 가족들은 어디에 머리를 조아려야 할지 황망합니다.

빈소들은 그래서 오열 대신 적막이 흐릅니다. 그 이질적인 어긋남이 더욱 슬픕니다.

참사 뉴스마다 오르내리는 단어가 '무대책' 그리고 '사각지대'입니다. 일차 리튬 전지 화재가 이렇게나 무서운데도 유해 화학물질이 아닌 일반 화학물질로 분류해 관리해왔다고 합니다.

이차 전지와 달리 별도 안전 기준도, 대응 매뉴얼도 없다고 합니다. 안전 교육인들 제대로 될 리 없습니다.

이제 여기저기서 부산을 떨겠지요. 인재(人災)라고 고개 숙이며 다짐하겠지요. 더는 인재라는 말 듣고 싶지 않습니다만, 또 헛된 꿈일까요.

부처가 말씀했습니다.

'눈먼 거북이 백 년에 한 번 물 위로 떠오를 때, 마침 떠다니는 널빤지의 구멍에 머리가 들어가, 편히 떠서 쉰다.'
'바늘을 세워놓고 하늘에서 겨자씨를 던져 바늘에 꽂힌다.'

인간이란 그토록 귀하고 소중하게 태어난다는 가르침입니다. '코리언 드림'을 찾아왔다 스러진 생명들을 생각합니다. 죄지은 듯 부끄럽습니다.

6월 25일 앵커칼럼 오늘 '인재(人災) 이제는 그만'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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