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좋은 일자리를 버렸어요. 그자를 위해 밤낮없이 일해야 했지요. 1분도 쉴 수가 없었어요."
로큰롤 여왕 티나 터너는, 학대 받고 착취 당하던 여성들의 표상이었습니다. 단돈 36센트와 휘발유 카드 한 장을 들고, 남편한테서 뛰쳐나왔습니다. "죽음의 삶을 살고 있었기에 두렵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 극작가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입니다. 고통스러운 가족사를 고스란히 담아낸 자기 고백입니다. 그가 희곡 앞장에 썼습니다.
"해묵은 슬픔을 피와 눈물로 썼다."
그리고 유언했습니다.
"죽고 25년이 지나기 전에는 공개하지 말라."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는 어떤 상처보다 모질고 깊습니다. 가슴속에서 꺼내 보이려면 피를 토하는 아픔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가족관계이기 때문에, 아빠이기 때문에…"
박세리 씨는 1분 넘게 말을 잇지 못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눈물이 안 날 줄 알았어요. 화도 너무 나고… 정말 가족이 저한테 너무 컸으니까…"
가족이 가족돈을 빼돌려도 처벌하지 않는 형법 규정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시대 변화를 따라 또 한 걸음 나아갑니다. 친족상도례라는 보호막이 없어지면 가족 내 재산 범죄는 줄어들겠지요. 섣불리 돈에 손을 대지 못할 테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마음의 고통도 덜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법에 기대는 단계에 이르면 가족이 파탄 났다고 봐야 할 테니까요.
하지만 핏줄은, 끊는다고 끊기는 게 아닙니다.
"부녀 관계가 회복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박세리 씨가 머뭇거렸습니다.
"모든 게 정리가 되고 나서야 이게 되겠지만, 지금은 굉장히 힘들 거 같고…"
성경 말씀에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니라'고 했습니다.
이런 말씀도 있습니다.
'어버이는 자식의 영광이요, 자손은 늙은이의 면류관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랑과 존경, 희생과 헌신이 가족을 떠받친다는 근본은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는 가족이니까요. 가족은 실수를 합니다."
국가가 가족에 개입하는 길을 튼 헌재 결정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우는 거울이 됐으면 합니다.
6월 28일 앵커칼럼 오늘 '그래도 가족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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