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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동물의 왕국

등록 2024.07.01 21:54 / 수정 2024.07.0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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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리가 선택해 살아온 삶이야. 우린 둘 다 천국에 가지 못해."

범죄조직 보스가 심복인 양아들과 막다른 길에서 마주합니다. 배신의 대가를 운명으로 받아들입니다.

"너라서 다행이구나."

보스와 2인자의 충돌은 공멸로 끝나곤 합니다. 

"저한테 왜 그랬어요?"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3류 조폭의 배신론은 어떻습니까.

"내 말 토 토 토 토 다는 놈은 배반 배반 배반형이야! 배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래 전 TV에서 '동물의 왕국'을 즐겨 본다고 했지요.

"동물은 배신하지 않으니까."

유승민 집권당 원내대표를 내치면서 낙인 찍었습니다.

"배신의 정치를 국민이 심판해달라."

동물의 왕국에도 배신은 있습니다. 우두머리 수사자는 끊임없이 도전 받습니다. 패하면 무리에서 퇴출당해 굶어 죽습니다. 약육강식은 인간 세상보다 냉혹합니다.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초반부터 뜨겁습니다. 감히 맞설 주자가 없는 이재명 일극체제 민주당이, 전당대회 흥행을 걱정하는 것과 대비됩니다. 그런데 화두가 온통 '배신의 정치' 입니다. '한동훈 대세론'을 세 후보가 협공하면서 '배신자'로 몰아붙이는 양상입니다.

당원들과 보수 진영의 '탄핵 트라우마'를 건드리려는 걸까요. 한 후보가 해병대원 특검을 찬성했듯, 당권을 쥐면 대통령을 배신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 후보는 한 후보대로 '공한증' 운운하며 자극적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그간 '배신자 프레임'은 위력적이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내부 총질' 논란 끝에 대표직을 잃었습니다. 당권 주자 나경원 의원은 '반윤 우두머리'로 찍혀 주저앉았습니다. 안철수 의원도 '반윤'으로 공격받아 허리가 꺾였습니다.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20퍼센트대로 추락했습니다. 총선 참패의 원인과 책임은 또 어디로 귀결됐던가요.

그새 까맣게 잊은 듯, 배신 여부가 당 대표를 가리는 기준인 양 요란합니다. 수직 당정 관계로 돌아가겠다는 얘기나 다름없습니다. 의리와 배신에 관한 최순실식 패러디를 떠올립니다.

"내가 지금까지 언니 옆에서 의리를 지키니까 이만큼 받고 있잖아."

7월 1일 앵커칼럼 오늘 '동물의 왕국'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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