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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나한테만 문자 그만 좀

등록 2024.07.02 21:52 / 수정 2024.07.0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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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스타가 슬럼프에 빠지자 광적인 팬이 그의 경쟁자를 제거해 줍니다. 스타는 그의 정체를 모른 채 속마음을 말합니다.

"정말 야구 광팬들이란 말이에요. 낙오자들이거든요."

분노한 그가 스타를 막다른 길로 몰아넣고 소리칩니다.

"이제 신경이 쓰여? 아주 조금만이라도!"

인기 DJ가, 열렬한 팬과 사랑을 나눴다가 그녀의 광기에 질려버립니다.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장난치는 거예요?"

전화 그만하라는 그에게 말합니다.

"화낼 때 당신의 콧구멍이 작은 날개로 피어오르는 거 알아요? 그게 좀 귀여워야죠."

이재명 전 대표가 '개딸'들에게 당부했습니다. "댓글 하나씩만 달아줘도 세상을 바꾼다."

"소위 개딸 현상, 저는 이게 세계사적인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 행태라고 생각해요."

아내 법인카드 의혹과 관련된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 뉴스 댓글 걱정하지 말란 댓글에 이렇게 화답했습니다.

"고맙잖아."

개딸들이 체포동의안 반란표를 색출할 때도 "자제를 요청할 생각이 없느냐"는 물음에 동문서답했습니다.

"노동 환경 개선에 더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그랬던 그가 열성 지지자들에게 "전화, 문자 그만 좀 하라"고 했습니다. "시도 때도 없는 문자와 전화는 응원과 격려가 아닌 고통이다." 오죽 극성스러웠으면 '세계사적 현상'에 넌더리를 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강성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키워준 당사자가 누군가요. "수십 년 써 온 전화번호를 바꿔야 할 모양" 이라는 푸념도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받기 싫다는 겁니다. 고통받는 다른 사람들은 알 바 아니라는 건가요. 좋은 소리 듣기도 이렇게 괴로운데 남은 얼마나 괴로울지 알아야지요.

미국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샌더스의 지지자들은 상대 진영에 인신 공격과 욕설 문자를 퍼붓곤 했습니다.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던 샌더스가 선언했습니다. 

"추악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그들과 의절합니다."

샌더스와 경쟁했던 워런 의원도 말했지요.

"우리는 지지자들에 책임이 있으며 지지자들이 더 나아지도록 해야 합니다. 리더십이란 그런 겁니다."

지도자라면 적어도 이쯤은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7월 2일 앵커칼럼 오늘 '나한테만 문자 그만 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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