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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소용돌이 입법 권력

등록 2024.07.03 21:51 / 수정 2024.07.03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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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야 돼요. 안 돼요. 시속 80km 이상으로 달려요! 늦추면 버스가 폭발해요!"

폭탄을 실은 버스가 내달립니다. 도심을 폭주하며 좌충우돌합니다. 그 끝은 어디일까요.

"소다! 소가 날아다녀요!"

커다란 트레일러가 하늘로 빨려 올라갑니다.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집이 통째로 굴러다닙니다. 그리고 폐허만 남습니다.

주한 미국 외교관으로 일했던 정치학자 그레고리 핸더슨은 한국 정치를 '소용돌이'로 규정했습니다. 모든 것을 빨아올려 휩쓸어버리는 회오리 바람이라고 했습니다.

상승 기류가 솟구치는 정점이 절대 정치 권력입니다. 거기엔 이념도, 철학도, 상식도, 가치도 없습니다. 권력의, 권력에 의한, 권력을 위한 돌진만 존재합니다. 민주당의 탄핵 행진이 그렇습니다.

이상민 장관 탄핵 소추 때만 해도 서른 명 넘는 민주당 의원이 반대했습니다. 탄핵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표 방탄으로 비치고, 기각되면 역풍이 분다고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장과 검사 네 명에 대한 탄핵 발의에는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민주국가에 이런 정당, 이런 제1당이 있을 수 있나 싶습니다. 그 정점에 '여의도 대통령' 으로 불리는 절대 입법 권력이 있습니다.

검사 넷 중 세 명은 이 전 대표를 수사한 사람들입니다. 탄핵 의결은 위법이 명백하고 중대해야 합니다. 하지만 무슨 불법을 저질렀는지부터 명확하지 않습니다. 객관적 사실보다 일방적 주장에 가깝습니다. 검찰총장은 "피고인이 재판장을 맡는 격" 이라고 했습니다.

탄핵 공세에 밀린 김홍일 방통위원장 사퇴가 전임 위원장에 이어 벌써 두 번째입니다. 민주당은 새 위원장도 탄핵을 밀어붙일 기세입니다. 공영방송 이사진과 사장을 자기 뜻대로 임명하고 묶어두려는 속내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습니다.

산불에서 회오리치는 '파이어네이도(Firenado)' 입니다. 시속 2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불기둥이 마치 저주의 불 같습니다.

"아바다 케다브라! 아바다 케다브라!"

불볕과 물벼락이 번갈아 퍼붓는 날씨처럼 극한을 오가는, 엄울한 나라, 암울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7월 3일 앵커칼럼 오늘 '소용돌이 입법 권력'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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