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P=연합뉴스
민주당 현역의원들과 고액 기부자들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후보 교체론이 점차 거론되는 모양새다.
현지시간 3일,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가 최근 당내 의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 사퇴 시 해리스 부통령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바이든 캠프와 백악관, 민주당 전국위원회 고위 소식통 7명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 사퇴 시 해리스가 최고의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현직인 해리스 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두 사람은 이날 비공개 오찬에 이어 민주당 주지사들을 초청한 만찬 자리에도 함께 했다.
만찬에는 11월 대선 잠재적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등이 참석했다.
한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미 CNN방송에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는 것에 맞설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반문했다.
각종 정치 베팅사이트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 베팅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기 시작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사퇴 시 '플랜B'로 거론되는 이유는 민주당 분열을 막을 가장 안전한 카드기 때문이다.
1968년 린든 존슨 전 대통령 등 재선 도전을 초기에 포기한 대통령들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선을 120여 일 남겨 놓고 후보가 사퇴할 경우 미국 역사상 처음 벌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오하이오주 등 일부 주에서는 후보 등록을 다음 달 7일까지 마감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남은 시간은 더 짧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장 사퇴하더라도 민주당은 차기 후보 선출까지 한 달 밖에 시간이 남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권력 승계서열 1위인 현직 해리스 부통령을 건너뛰고 다른 후보를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나온다면 민주당 내 분열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모은 선거자금을 승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현재 민주당 대선 자금 2억4000만 달러(약 3330억 원)는 대부분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콤비'의 명의로 모금돼있다.
만약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서면 이 자금을 대부분 이어받을 수 있지만, 민주당이 다른 후보를 선출하면 이 돈은 사실상 쓸 수 없어지게 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유색인종 여성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흑인과 여성, 젊은 층들의 표심을 결집에는 기여할 수 있는 반면,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 출신 진보 정치인인 그가 교외 지역 백인 중도층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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