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 둘씩 켜지고…"
어둠이 짙어가는 거리에서, 떠나간 사람을 그리는 슬픈 노래입니다.
"가사처럼 생이 그렇게 된다고 그래서, 한동안 안 부르고 다녔던 곡이에요."
'피로와 슬픔과 절망'이 서성이는 서울 거리를, 시인이 노래한 지도 90년이 돼갑니다.
'오늘밤에도 네 섬돌 위엔, 인생의 비극이 잠자겠지. 무거운 발들이 고개를 숙이고, 타박타박 네 위를 걷겠지.'
늦은 퇴근길, 가장이 버스를 기다리며 '살아 있음의 가슴 뛰는 기쁨'에 설렙니다.
'먼 불빛 아래로 돌아가면 아내는, 더운 밥 냄새로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리. 아이들은 멀리 있는 내 이름을 부르고 있으리. 살아 있음이여.'
피로 회복제, 숙취 해소제, 커피, 소주… 시청역 참사 현장에 국화와 함께 놓인 것들에, 고단한 아버지들의 얼굴이 어른거립니다.
어느 여고생이 바친 추모 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어쩌면 퇴근 후 밥 한끼 들고 돌아가고 있던 그 길에서, 돌이킬 수 없는 유명(幽明)을 달리한 아홉 분의 명복을 빕니다."
소녀는 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
"나이가 비슷한 우리 아빠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빠께 감사 인사를 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근 직장인과 자영업자를 비롯한 시민들의 헌화도 끊이지 않습니다.
애도 행렬엔,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상련(相憐)의 애달픔도 깃들어 있겠지요.
'숨진 이가 나였을 수도 있다.'
평범하던 일상의 거리가 이제 무섭다는 분이 적지 않을 듯 합니다. 저부터도 사방을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보행 신호를 기다리면서 차도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뒤쪽에 서서 가로수, 전봇대 같은 엄폐물을 찾는다"는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처럼 말입니다.
그가 운전대를 잡지 않는 이유도 실감합니다.
"모든 차가 갑자기 달려들 것만 같다. 모든 곳이 지뢰밭이다."
사고 원인이 무엇이든 총력을 기울여 밝혀내야 합니다. 대책을 단단히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 거리에서 평온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열심히 하루를 살고 귀가하다 참변을 당한 분들과 가족에게도 한 가닥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7월 4일 앵커칼럼 오늘 '거리에서… 무섭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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