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정치

[앵커칼럼 오늘] 국민의힘이 우물에 빠진 날

등록 2024.07.08 21:51 / 수정 2024.07.08 21:53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생쥐 두 마리가 우유 크림통에 떨어졌습니다. 한 마리는 곧바로 포기하고 빠져 죽었지요."

사업가였던, 디캐프리오의 아버지가 상 받은 소감을 말합니다. 

"다른 생쥐는 살려고 발버둥치면서 휘저은 크림이 버터로 굳어, 기어 나왔습니다." 

늙은 당나귀가 깊은 우물에 빠졌습니다.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 주인이 이웃을 불러 흙을 퍼부었습니다. 한참 울부짖던 당나귀가 조용해졌습니다.

들여다봤더니 등에 쌓인 흙더미를 털어내 바닥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흙을 차곡차곡 다지고 쌓아, 보란 듯 살아 나왔습니다. 죽음에서 부활하는 의지와 지혜가 빛납니다.

그런데 우물에 빠진 누군가는, 오물을 뒤집어쓴 채 바닥을 진흙탕으로 휘젓고 있습니다. 수렁에서 허우적대며 자멸의 구렁텅이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온통 뒤엉켜 뒹구는, 전당대회가 갈수록 가관입니다. '배신의 정치' 운운하더니, 느닷없는 김건희 여사 문자 공방에 풍덩 빠졌습니다.

친윤 쪽은, 한동훈 후보가 김 여사의 사과 의사를 묵살해 총선에서 참패했다는 시각입니다. '배신자' 낙인과 맥이 통합니다. 일부는 연판장까지 준비했다고 합니다.

한 후보는, 문자가 '사과하기 어려운 사정을 강조하는 취지였다'고 했습니다. 사적인 문자가 이 시점에 유출돼 공격 소재로 쓰이는 경위와 의도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문자가 있는 그대로 밝혀져야겠지만, 애초에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김 여사가 공적 사안을, 공적 경로를 거치지 않고, 왜 불쑥 여당 수장과 상의했느냐는 겁니다.

사과해야겠다면 대통령실에서 논의해 사과하면 될 일입니다. 한 후보가 답하지 않아서 사과 못하는 것도 아닐 텐데 말입니다. 별다른 해명 없이 "우리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대통령실의 으름장이 생뚱맞게 들립니다.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건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쇄신의 일대 전환점 이어야 할 전당대회가 막가는 드잡이 판이 돼야 하겠습니까.

갈 데까지 가보겠다면 이제는, 살아서 돌아 나오기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김 여사가 정말 사과할 생각이었다면, 지금도 늦지 않습니다.

7월 8일 앵커칼럼 오늘 '국민의힘이 우물에 빠진 날' 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