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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사달 뭉치, 휴대전화

등록 2024.07.11 21:50 / 수정 2024.07.1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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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려! 캐니언에 갇혔어요! 도와줘요! 살려줘요!"

등반가가 암벽 틈에 팔이 끼인 채 갇혔습니다. 휴대전화도 없이 닷새를 버티던 그가 후회합니다.

"엄마 전화를 받고 행선지를 알렸다면 지금 이러고 있지 않을텐데…"

가까스로 팔을 자르고 탈출해 허겁지겁 묻습니다.

"전화기 있어요?"

이 실화에서 휴대전화는 죽고 사는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문자도 못 보내고, 사진도 못 찍는 전화기가 있습니다. 개인 연락처도 저장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한 달마다 바꿉니다. 미국 대통령 휴대전화입니다. 함부로 쓰다간 안보에 큰 사달이 나니까요.

현대인은 휴대전화 없이 하루는커녕 한시도 못 삽니다. 그래서 '전화 인간' 이라고 부릅니다. 휴대전화는 사람의 정신을 홀리는 요사스러운 물건, 마물(魔物)입니다. 

'김건희 여사 문자'를 놓고 진흙탕에 빠진 국민의힘 대표 경쟁에 반전이 불거졌습니다. 정치평론가 진중권 교수가 총선 직후 전화를 걸어온 김 여사와 57분을 통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월 사과하고 싶었지만 주변 사람들이 막았다"고 말하더라고 했습니다. 이런 말도 했답니다. "사과를 말린 사람들이 이익만 추구한다." "한동훈 후보 때문에 사과를 못한 것" 이라는 친윤 쪽 주장과 배치됩니다.

김 여사는 총선 직후 여권 인사들과도 통화해 비슷한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통령실이 머리가 복잡할 것 같습니다. 김 여사는 대선 때 인터넷 매체 사람과 일곱 시간 45분을 통화했다가 곤욕을 치렀습니다.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 한 대목 입니다. "모든 게 제 탓입니다.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라 이런 사달이 나는 것 같습니다."

국민적 신망을 받은 퍼스트 레이디, 베티 포드는 생활 무선통신기를 갖고 다니며 전국 트럭 운전사들과 대화했습니다. 호출명이 '퍼스트 마마(First Mama)' 였지요. 엄마처럼 귀 기울이고 다독였습니다. 통신기기란 그렇게 쓰는 게 아닐지요.

이런 말도 있습니다. "대통령이 국가의 정신이라면 퍼스트 레이디는 국가의 심장이다." 전화기를 쉬(休)게 하고, 기다릴(待) 줄 아는 '휴대(休待) 전화' 사용법이 아쉽습니다.

7월 11일 앵커칼럼 오늘 '사달 뭉치, 휴대전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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