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숨은 늘, 제정신이든 아니든 누군가의 손이 닿는 곳에 있습니다."
링컨이 전쟁장관 스탠턴에게 암살의 공포를 털어놓았습니다.
"죽기까지는 끊임없이 두려움에 떨어야 합니다. 거듭거듭 죽는 것이지요."
레이건이 폐에 박힌 총탄 제거 수술을 받고 회복할 때였습니다. 백악관 기자단 만찬장에 전화를 걸어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충고 한마디 하자면, 누군가 빨리 차에 타라고 하면, 그렇게 해요."
경호원들이 신속하게 대처한 덕분에 살았다는 얘기입니다.
일흔 살 대통령은 유머를 잊지 않았습니다. 지혈하려고 만지는 간호사에게 물었습니다.
"우리 낸시한테 허락 받았나요?"
의사들에게 말했지요.
"여러분 모두 공화당원들이어야 할 텐데…"
달려온 낸시에게 건넨 첫 마디입니다.
"여보, 피하는 걸 깜빡 잊었어."
그는 수술 열이틀 만에 퇴원해 건강을 과시했습니다. 지지율이 순식간에 83퍼센트까지 치솟았습니다.
"싸우자! 싸우자!"
트럼프가 피를 흘리며 주먹을 불끈 쥐고 외치는 순간, 혼돈과 공포는 열광과 흥분으로 뒤집혔습니다.
"싸우자! 유에스에이!"
구호가 유세장을 뒤덮었습니다.
일흔여덟 살 트럼프는 이 한 장의 사진에서 불굴의 지도자인 양 우뚝 섰습니다. 여든한 살 바이든을 더욱 노쇠해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번쩍하는 찰나, 미디어와 대중의 눈을 의식하고 자극하는 본능이 발동한 걸까요. 카메라를 잔뜩 노려보는 이 머그 샷처럼 말입니다.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레이건의 유머와 사뭇 다릅니다. 그 또한 분노와 혐오로 두 동강 난 미국을 되비추는 거울이 아닐까요.
전직 대통령이자 유력 대선 후보에게 날아든 총탄은 극단적 증오 정치가 부른 극단적 폭력입니다.
'영웅적이다' '역사적이다'… 트럼프에게 따라붙은 찬사들이 그래서 곱게만 들리지 않습니다.
분노와 증오의 불을 질러 정치 동력으로 삼아 온 장본인이 트럼프 아니었던가요. 총기 소지를 옹호해 온 그가 총격을 받은 것도 역설입니다.
불사조같이 일어서는 트럼프를 보며 미국 민주주의의 앞날을 무거운 마음으로 떠올립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우리로 향합니다.
7월 15일 앵커칼럼 오늘 '주먹 쥐고, 싸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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