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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앵커칼럼 오늘] 안세영의 힘, 분노

등록 2024.08.07 21:53 / 수정 2024.08.07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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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말레이시아 가는 비행기가 이륙했습니다.

비즈니스석에 있던 그가 이코노미석에 앉은 선수에게 자리를 바꿔주며 사과했습니다.

"부상당한 너를 편안한 자리에 앉혀야 하는데 깜빡했다."

그가 나중에 말했습니다.

"자식이 허리가 아픈데 어느 부모가 편히 앉아 갈 수 있겠습니까."

우리 농구 대표팀이 중국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때 였습니다.

농구협회가 좌석 배정 서류에 두 선수의 키를 199센티미터로 줄였습니다.

2미터 넘는 선수에게 비즈니스석을 주는 규정을 피해 돈을 아끼려는 꼼수였습니다.

요즘엔 농구-배구 선수에겐 그나마 비즈니스석을 융통성 있게 배정합니다.

나머지 대부분 종목은 이코노미석을 탑니다. 컨디션 조절이 절실한데 녹초가 되기 일쑤입니다.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여자 배구 선수들에게 협회가 김치찌개 회식을 시킨 적도 있습니다.

"회식 가기 전에 기대를 선수들이 많이 했었는데, 도착하니까 회식이 김치찌개여서 선수들이 참 실망했었던 거 같아요." 

'셔틀콕 여제' 안세영 선수가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다짐했습니다. 

"파리에서 낭만 있게 끝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출동하겠습니다…라스트다! 7년의 기다림!" 

꿈을 이룬 귀국길은 그러나 씁쓸했습니다. 

인터뷰하는 그를 대표팀 감독은 무표정하게 지나쳤습니다.

협회장은 앞서 떠났습니다. 안세영은 공식 기자회견에 불참했던 이유를 밝혔습니다.

"기다리라면서,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가 작심 발언을 쏟아낸 뒤, 세계선수권대회에 선수 여섯 명에 임원 여덟 명이 갔던 일도 소환됐습니다.

선수들은 이코노미석, 임원들은 비즈니스석을 탔다는 데서 '군림'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그는 협회의 선수 부상 관리, 육성과 훈련 방식, 선수 혹사, 지원 시스템까지 조목조목 거론했습니다.

'전쟁이 아니라 선수들의 보호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메달 색깔보다 도전 과정이 더 중요한 신세대의 열린 마음이 도드라집니다.

협회도 할말은 많겠지만 관계와 소통, 절차를 바로 세우자는 목소리에 어른들이 귀 기울이고 해결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8월 7일 앵커칼럼 오늘 '안세영의 힘, 분노'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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