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헬런 켈러를 감싸기만 하는 어머니에게, 가정교사 설리번 선생이 호되게 한마디 합니다.
"헬런에게는 시각과 청각 장애보다 더 큰 장애가 있습니다. 어머니가 늘 헬런을 가여워하며 강아지처럼 키운 게 문제입니다."
암흑에서 벗어나 사회운동가로 성장한 헬런 켈러가 말했지요.
"모든 것에는 경이로움이 있다. 어둠과 침묵마저도…"
국내 1위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회사의 공동 창업자, 신형진 씨는 태어날 때부터 근육이 마르는 치명적 병을 앓았습니다.
온몸이 마비돼 인공호흡기로 숨을 쉬며 눈으로만 소통하고 일합니다. 눈을 움직이고 깜빡이는 '안구 마우스'로 데이터를 분석해 긴요한 정보를 뽑아냅니다.
그렇게 모은 3천만 원을 서울 강남세브란스 병원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6년 동안 호흡 재활을 시켜 집에서 지낼 수 있게 해준 보답입니다.
마흔한 살 평생에 처음 나눔이기에, 액수로 따질 수 없는 기쁨이자 성취입니다.
더 큰 감격에 벅차하는 분이 어머니 이원옥 씨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안타깝게 보듬어 키우지만은 않았습니다. 세상으로 데리고 나와 정규 학교를 보냈습니다. 서지도 못하는 아들을 업고 다녔습니다.
아들이 호흡 곤란으로 쓰러지곤 해, 늘 복도에 서 있었습니다. 수업 중에 교실 문이 열리면 가슴이 내려앉았다고 합니다. 저 문이 열리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시험도 복도에서 치렀습니다. 아들이 답을 부르면 받아 적었습니다.
아들은 연세대 컴퓨터공학과에 합격했습니다. 병세가 악화해 9년 만에 졸업한 날, 어머니는 명예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아들은 연세대 소프트웨어 응용연구소에 취업했습니다. 석-박사 통합 과정도 마쳤습니다.
그러기까지 수많은 분들이 도와준 은혜를 잊지 않습니다. 부모가 여력이 생길 때마다 연세대와 병원에 내놓은 기부금이 20억 원에 이릅니다.
아들이 힘겹게나마 입으로 소통하던 시절 말했습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돕지 않으면 주위 사람들도 도와주지 않을 것입니다."
곱던 어머니는 어느덧 일흔일곱 할머니가 됐습니다. 모자의 인간 승리가 고맙습니다.
아직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어머니들이 계시기에...
8월 9일 앵커칼럼 오늘 '어머니의 40년 기적'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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