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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청문회, 매를 벌다

등록 2024.08.16 21:52 / 수정 2024.08.1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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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는 누구죠?"
"네 형, 레이먼드야."
"형이요? 전 형제가 없는데요."

동생이, 존재도 몰랐던 형을 찾아 정신병원에 갑니다. 아버지가 거액의 유산을 형에게만 남긴 겁니다. 자폐증을 앓아 병원으로 보내야 했던 형은, 아버지의 애틋한 '아픈 손가락' 이었습니다.

독일 작가 안톤 슈낙은 오래 전 아버지가 남긴 편지를 발견합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네 소행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웠는지 모른다.' 아들은 비로소 깨닫습니다. '아버지는 얼마나 애를 태우셨던 걸까.'

야당 의원이 유상임 과기부 장관 후보 큰아들의 질병을 거듭 집요하게 묻습니다. "질병과 관련된 기록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난감해하던 유 후보가 말을 꺼냅니다.

"질문에 대답을 드리면, 제 아이의 인권을…"
"아니, 인권이기 때문에…" 

유 후보의 '아픈 손가락'을 물고늘어지는 바람에, 비공개 하기로 했던 질병 이력만 노출되고 말았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시절을 보냈는데, 오늘 굉장히 어려운 또 시간을 다시 갖게 되는 거 같습니다."

유 후보는 청문회 대기실에서 흐느끼며 말했다고 합니다. "아들이 아파서 군대에 못 간다는데 세상 어느 부모가 좋아하겠습니까."

민주당이 주도하는 청문회가, 호통치고 모욕하고 시비 거는 정치 싸움판으로 전락했습니다. 밝혀내는 건 없고 혐오만 불러일으켜 차곡차곡 쌓고 있습니다. 법사위 청문회는 "살인자" 발언으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아무리 폭언이 예사이기로 할 말, 못할 말이 있습니다.

법사위원장은 군 장성들을 초등학생 다루듯 했습니다. "토 달지 말라" "일어나 반성하고 들어오라"며 퇴장시켰습니다. 어떤 의원은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했습니다. 과방위원장은 방통위원장을 불러내 "뇌 구조가 이상한 것 같다"고 했지요.

시인 구상은 해방 공간 원산에서 퇴폐적, 악마적인 반동 작가로 몰렸습니다. '우, 몰려온다. 돌팔매가 난다. 곡괭이를 휘저으며 마구 쫓아오는데…' 붉은 완장 이라도 찬 듯 설치는 분들, 양궁 스타 김우진의 명언을 새겨들었으면 합니다. "메달에 젖지 마라. 해 뜨면 마른다."

8월 16일 앵커칼럼 오늘 '청문회, 매를 벌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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