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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이재명의 숙제

등록 2024.08.19 21:50 / 수정 2024.08.1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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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것 좀 주세요. 제일 좋은 거요. 제일 좋은 거, 제일 좋은…"

태양이 작렬하는 해변에서 리플리가 위스키를 음미합니다. 친구의 신분과 재산, 여자 친구까지 가로챈 완전 범죄를 자축합니다.

그런데 경찰이 인양한 친구 요트에 무언가 매달려 있습니다. 바다에 버렸던 친구 시신이 곧장 프로펠러에 걸린 겁니다.

원작 소설에 없는 반전이 알랭 들롱만큼이나 빛났습니다.

홍콩 극장 앞에 한 사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온 사내가, 줄 서 있던 관객들에게 반전과 결말을 소리쳐 알렸다가 몰매를 맞았습니다.

옛 서울극장 앞에도 비슷한 얘기가 전해옵니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를 보려고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누군가 범인의 정체를 외쳤답니다.

결말이 뻔한 영화 관람보다 싱거운 일도 드물 겁니다.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 득표로 민주당 대표 연임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그렇습니다.

그나마 반전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일어났습니다.

정봉주 후보는 초반 선두를 달리더니 삽시간에 6위로 밀려 낙선했습니다. 대놓고 김민석 후보를 밀어준 이 대표를 향해 볼멘소리를 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전현희 후보는 '살인자'라는 극언이 막판 득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6위에서 일약 2위로 뛰어올랐습니다.

김민석 후보가 1위에 오른 건 당연해서 반전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지도부도 이재명 단일체제가 됐습니다. "당의 확장을 막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행태를 배격하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영상 축사에 당원들이 야유를 보냈다니 보탤 말이 없습니다.

이 대표는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지당한 말씀이지만 새 국회에서 두 달 넘도록 벌어지는 풍경과 워낙 거리가 멉니다.

시인이 소장수 얘기를 들려줍니다.

'백성의 어데가 아프고, 어데가 가려운 줄도 모르면서, 이랴이랴로 끌고 어뎌어뎌로만 다스리려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가엽다.'

옛말에 '천명은 지략으로 구할 수 없고, 민심은 힘으로 얻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는 몽골 기병처럼 몰아치는 속도전으로 민심을 얻겠다고 합니다.

8월 19일 앵커칼럼 오늘 '이재명의 숙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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