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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보기 민망합니다

등록 2024.08.29 21:52 / 수정 2024.08.2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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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모든 것을 품은 옹기…"

김수환 추기경은 호(號)가 '옹기'였습니다. 좋은 것, 나쁜 것 심지어 오물까지, 모든 것을 담아낸 큰 그릇이었습니다.

"살아가 보렵니다. 바보처럼, 옹기처럼…"

얼마 전 이스라엘 박물관에서 3천5백년 된 항아리가 박살 났습니다. 네 살 아이가 들여다 보려다 쓰러뜨렸지요. 박물관 사람들은 옹기 같았습니다.

며칠 뒤 아이와 가족을 초대했습니다. 항아리는 복원할 수 있다며 다독였습니다.

"잘 가게, 내 친구."
"한마디만 하지. 큰 뜻을 품어!(Aim high!)"

'에임 하이', 높은 목표를 세우라는 뜻입니다. 영화에선 글자 그대로 '총을 높이 겨누라'는 지시였지요.

드 골이 말했습니다.

"지도자는 높은 뜻을 품고, 크게 보고, 넓게 판단해야 한다. 좁게 다투는 일개 범부(凡夫)와 달라야 한다."

"당정 관계는 전혀 문제가 없고요.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게 자유민주주의 아니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대표 사이에 불거진 갈등설을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브리핑에서 "이미 의대 증원이 마무리됐다"며 한 대표의 증원 유예 제안을 일축한 뒤였습니다.

대통령실은 앞서 한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내일 만찬을 취소했습니다. 추석 의료대란이 닥쳐온다는데 추석 지나고 만나겠답니다. 귀를 닫겠다는 얘기나 다름없습니다.

한 대표도 유연하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당정 이견이 언론에 흘러나오는 것이 한 대표의 '언론 플레이' 라고 봅니다.

한 대표가 SNS에 글을 올려 압박한 것도 고와 보이지 않습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한 대표와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국정 양대 축이 감정 싸움하듯 해서는 국민이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은 의료계와 소통이 안 된다며 국민에게 하소연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가가, 정부가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대통령이 했던 말씀을 답으로 돌려드립니다.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 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습니다."

옷깃처럼 넓은 도량(度量)으로 껴안는 금도(襟度)의 지도자가 몇 명만 돼도 나라가 달라지련만…

8월 29일 앵커칼럼 오늘 '보기 민망합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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