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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해독하는 정치로

등록 2024.09.02 21:51 / 수정 2024.09.0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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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택시 드라이버.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양화대교'…"

새벽까지 양화대교를 넘나드는 아버지의 고단한 삶을, 아들은 따스하게 껴안습니다.

영하의 한강대교를 건너던 시인은, 겨울밤 품에 안아 추위를 막아주던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무사히 흘러 바다로 가라고, 혹한을 막으며 얼음으로 엎드려 있던 아버지.'

서민의 삶과 위안과 희망을 노래하는 두 다리와 달리, 마포대교의 밤은 참혹했습니다.

자전거를 탄 남자가, 서울 마포대교를 서성이던 사람의 가방을 훔쳐 달아납니다. 삶에 치여 벼랑 끝에 선 사람을 외면하는 냉혈에 할 말을 잃습니다.

눈먼 정쟁에 뒷전으로 밀려난 우리네 민생이 어쩌면 그런 처지 아닐까요.

멘델스존이 교향곡으로 쓴 이탈리아 민속춤 '타란텔라'입니다. 독거미 타란툴라에 물린 사람이 추면 독이 빠진다는 춤이지요.

11년 만에 열린 여야 대표 회담은 구체적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정치판의 독을 빼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남겼습니다. 국민을 편가르는 '증오 정치', 지지층만을 향해 내달리는 '총탄 정치'의 독기 말입니다.

무엇보다 두 대표는 민생에 눈을 뒀습니다. 공통된 민생 공약을 추진할 협의기구를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의료 사태 대책은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모두 발언에서는 날을 세웠습니다. 한동훈 대표는 "검사 탄핵이 이재명 대표 판결에 불복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 아니냐"고 했습니다. 이 대표는 한 대표가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는 듯 대통령을 겨냥해 험한 말을 쏟아냈습니다.

무죄가 난 기무사 계엄 문건 의혹을 끄집어내 국회의원 체포-구금 계획까지 거론했습니다. 현 정권이 독도를 팔아넘기려 한다는 주장과 비슷합니다. 정권이 바보가 아닌 이상, 스스로 구덩이를 파겠습니까.

한 대표는 회담 정례화를 제안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서로 노리는 게 달라, 대표 회담은 다음 일정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만나야 합니다, 자주…

두 대표의 민생 공감이 진심인지는 22대 첫 정기 국회에서 금방 드러납니다. 계속 이전투구에 빠진다면 국민은 두 사람 만남이 쇼라고 단정 지을 겁니다.

9월 2일 앵커칼럼 오늘 '해독하는 정치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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