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누추한 방에 아이가 앓아누웠습니다. 의사가 턱을 괸 채 지켜봅니다.
엄마는 탁자에 고개를 묻고 흐느낍니다. 아빠는 간절하게 의사를 응시합니다.
영국 화가 루크 필즈가, 테이트 미술관 설립자 헨리 테이트의 부탁을 받고 그렸습니다.
"살아오면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담아 달라."
필즈는 두 살배기 아들이 폐렴으로 숨을 거두기까지 사흘 밤을 보살펴준 의사를 떠올렸습니다.
의사 부를 형편이 안 되는 오두막집을 배경으로 삼았습니다. 창문으로 어슴푸레 새벽이 밝아옵니다.
필즈는 그 빛을 '부모 마음에 찾아온 희망' 이라고 했습니다.
정신병원에서 노인이 의대생 헌터를 깨우칩니다.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 문제를 풀 수 없어. 손가락 너머를 봐야지."
헌터가 선배 의사들에게 외칩니다.
"질병을 치료하면 이기기도, 지기도 하지요. 사람을 치료하면 늘 이깁니다."
그런 시선으로 대한의협 의사 윤리강령을 돌아봅니다.
'하나, 의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며… 둘, 양심에 따라 진료하며 품위와 명예를 지킨다…'
의사, 의대생만 가입하는 사이트에 환자와 국민을 비하하는 글이 넘쳐난다고 합니다.
인간으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패륜입니다. 하도 끔찍해서 어떤 망언들인지 거론할 수가 없습니다.
현장을 지키거나 복귀한 의사들의 블랙리스트도 나돕니다.
'부역자'로 낙인 찍고 신상을 털어 마녀사냥을 부추깁니다.
정신과 개업의를 하다 가운을 벗은 저술가이자 출판인이 있습니다.
그가 의전원에 강의를 다녀와 쓴 글을 생각합니다. '공부에 찌들어 생기 없는 표정과 어두운 얼굴들에 당황했다. 영혼 없는 존재같이 초점 없는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물론 14만 의사 중에 극히 일부의 짓일 겁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국민의 등을 돌려세우면 파국뿐입니다.
시인이, 바닥까지 간 세상을 향해 묻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날은 올 수 있을까. 미쟁이 간호원 선생님 회사원 박사 술꾼 의사… 한 송이의 꽃으로 피어날 수 있을까.'
의사들이 대화에 나와 사람들 마음에 희망을 피워 올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9월 12일 앵커칼럼 오늘 '의사는 인간의 존엄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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