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사회

[따져보니] '논두렁 잔디' 논란…상암경기장 왜 망가졌나

등록 2024.09.17 21:34 / 수정 2024.09.17 21:41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앵커]
최근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심각한 잔디 상태로 논두렁, 지뢰밭 등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상암경기장의 잔디가 대체 왜 이렇게 망가진 건지 따져보겠습니다.

김자민 기자, 손흥민 선수도 얼마 전 잔디 문제를 지적했잖아요?

[기자]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북중미월드컵 3차 예선이 치러졌죠. 군데군데 새로 심은 잔디로 경기장이 누더기처럼 보이기도 했는데요. 그동안 잔디 언급을 자제하던 손흥민 선수가 "볼 컨트롤과 드리블에 어려움이 있어 빠른 템포의 경기를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을 정도입니다.

[앵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한국 축구의 성지나 마찬가지인데, 어쩌다 잔디 상태가 이렇게 나빠진 겁니까?

[기자]
​​​​​​​지난해 8월 갑작스럽게 열린 잼버리 케이팝 콘서트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각종 무대 장치와 객석이 잔디 위에 설치되면서 잔디가 심각하게 훼손됐고, 이후에도 축구 경기와 각종 공연이 이어져 잔디가 회복할 시간이 없었다는 겁니다. 기후 변화 문제도 제기됩니다. 경기장 운영 주체인 서울시설공단은 3년 전 10억원을 들여 천연잔디와 인조잔디를 섞은 하이브리드 잔디를 새로 깔았습니다. 이 잔디는 15도에서 24도 사이에서 잘 자라는데 최근 폭염이 이어지면서 잔디밀도가 60% 수준으로 떨어졌단 겁니다.

[앵커]
​​​​​​​이번주에 가수 아이유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을 한다고 하던데 공연을 꼭 축구장에서 할 필요가 있습니까?

[기자]
​​​​​​​최대 10만 명을 수용하는 잠실주경기장은 지난해 8월부터 리모델링 중입니다. KSPO돔과 고척스카이돔은 각각 1만5000, 2만여석에 불과합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6만6000여석 규모로 공연 시 4만5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는 콘서트 전용 대형 공연장이 없다보니 상암경기장에 초대형 공연 수요가 몰리는 겁니다.

[앵커]
​​​​​​​유럽 축구경기보면 사시사철 초록 잔디가 양탄자처럼 깔려있던데 해외는 잔디 관리를 어떻게 합니까?

[기자]
​​​​​​​유럽은 우리와 달리 대체로 축구 구단이 구장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경기장의 푸른 잔디는 구단을 홍보하는 중요한 상품이기 때문에 대게 구단들은 시즌이 끝나면 잔디를 교체하고 잔디 관리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등 많은 투자가 이뤄집니다. 우리나라는 지자체가 구장을 관리하다 보니 큰 수익을 안겨다주는 공연 개최를 포기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앵커]
​​​​​​​잔디 상태는 선수들 경기력하고도 직결되는 문제인데 대책이 있습니까?

[기자]
​​​​​​​"잔디를 더 짧게 깎고, 경기 두 시간 전 물을 뿌려 달라” 2002년 월드컵 조별리그 당시 히딩크 감독이 요구한 내용입니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큰 폴란드를 속도전으로 공략하기 위한 전술로 잔디를 활용한 겁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경기장 대관시 그라운드에 좌석을 설치하지 못하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종성 / 한양대 스포츠산업과학부 교수
"축구선수들한테는 보도블록이 일정하게 쫙 깔려 있는 그런 곳을 질주하는 게 아니라 울퉁불퉁하게 느낄 수가 있잖아요. 훨씬 더 부상 위험이 높겠죠. 다른 잔디가 필요한 거 아닌가라는 것까지도 조금은 생각해봐야 될 시점 아닌가"

[앵커]
다음달 이라크전을 상암경기장에서 진행할 수 있을지도 아직 확실치 않던데 홈경기 치를 곳도 마땅치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체계적인 잔디 관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보입니다. 김자민 기자 잘 들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