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서 저는 "7.5미터 높이의 워터 슬라이드와 대형 수영장은 아이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지만, 만약 수영장 물로 인해 누군가가 배탈이라도 나면 한순간에 비난 일색으로 여론이 바뀔 수 있으니 수질 관리에 만전을 기하시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에 오 시장은 "지하에 정수 시설이 있어서, 그 물을 식수로 마셔도 될 정도로 관리하고 있다. 광화문, 수영장 주변으로 흐르는 물이 전부 정수 처리가 된 물"이라며 "마시고 탈 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손자 데리고 물놀이를 직접 가봤는데, 아이들 보호자 입장에서 보니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더라. 하지만 현장에서 고생하는 직원들 생각해, 그 자리에서 바로잡지는 않았다. 선글라스에 모자쓰고 갔더니,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라며 웃기도 했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 저는 깜짝 놀라 오 시장께 되물었습니다. "정수 처리가 된 물이라는 사실을 알면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부모님들도 그렇고, '디테일까지 신경쓴다'며 그야말로 호평 일색이 될 텐데, 왜 그런 홍보는 안 하시냐"는 취지로요.
그러자 오 시장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런 거 엄청나게 생색내면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머릿속에 몇 명 떠오르긴 하지만, (홍보) 그런 거 생각하다 보면 계속 그 위주로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시민들, 국민들이 알아주실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는 이어 "지금 올림픽이 한창인 파리 세느강 수질이 매우 안 좋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서울 한강의 경우 수질검사를 하면 세느강에 비해 대장균 농도가 수백배 이상 낮다"며 "세계 어느 도시에 견주어도 서울 수질이 압도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습니다.
오 시장의 자신감은 알겠으나, 왜 적극적으로 '잘 된 행정'을 홍보하지 않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지난 18일 광화문 광장을 지나다 보니, 서울시 직원들이 야외수영장이 있던 자리에 야외도서관 설치를 위해 땀을 흘리고 있더군요. 수영장 시설은 철거된지 오래였습니다. 끝내 정수 처리를 할 정도로 치밀하게 관리를 했던 수질 관련 홍보는 하지 않은 채로요.
이번 추석 연휴 기간 각종 식사자리에서 여야 잠룡들에 대한 품평들이 오갔는데, 오 시장에 대한 평가는 '서울시에서 좋은 정책들을 많이 추진하는 데 비해, 사람을 확 잡아끄는 무언가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는 대답이 주를 이뤘습니다.
세간의 이런 평가를 오 시장 측에서도 모를리 없죠. 그들은 "결국엔 진의를 알아주실 것",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입 모아 말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행정의 달인'이라고 불렸던 고건 전 총리를 떠올려 보면, 묵묵하게 일만 한다고 국민들이 그걸 전부 알아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역사가 고증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버스 전용차선', '지하철-버스 무료 환승', '청계천 복원'은 기억하고 떠올리지만, 지하철 5~8호선을 구축한 게 고건 전 서울시장의 작품이라는 것은 상당수가 모르고 계시니 말이죠.
물론 다른 이유들도 많이 있긴 했지만 '잘 된 행정'을 적극 홍보했던 이명박 시장은 결국 권좌에 올랐고, 홍보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고건 시장은 잠룡에 머물렀습니다.
'홍보를 위한 홍보'는 미간을 찌푸리게 할 수 있지만, 적절히 활용해야 할 부분까지도 '불요불급' 하다고 치부해버리면 이 또한 금의야행 아니겠습니까?
'대권 잠룡 오세훈'이 권좌를 잡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적극적인 자기 홍보, 앞으로는 과연 '오세훈 서울시장'이 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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