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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따져보니] "술 마셔 기억 안 나"…심신미약 인정될까?

등록 2024.09.30 21:42 / 수정 2024.09.3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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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남 순천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학생을 살해한 30대 남성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해 공분이 일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주취 감형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보겠습니다.

김자민 기자, 오늘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됐죠?

[기자]
​​​​​​네, 경찰은 범행의 잔인성이 인정되고 범행의 증거가 충분하다며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피의자 박대성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습니다. 피의자 박씨는 지난 토요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사건 당시 소주 4병을 마셔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요. 범행 직후 박씨가 거리를 배회하며 웃는 모습이 찍힌 CCTV가 공개되면서 분노 여론이 더 커졌습니다.

[앵커]
일각에선 주취 감형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데 법적 근거가 있습니까?

[기자]
​​​​​​형법 제10조 2항은 심신미약인 경우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물 변별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아예 없을 정도로 술에 취했을 경우도 포함됩니다. 2008년 조두순은 만취 상태였다는 이유로 심신 미약이 인정돼 1심 징역 15년에서 2심 징역 12년형으로 감형됐습니다. 2022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은 택시기사를 폭행해 재판에 넘겨졌는데 만취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다른 나라도 술에 취한 상태로 범죄를 저지르면 감형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까?

[기자]
​​​​​​주요국 중에서는 일본이 한국과 비슷한 법 조항을 갖고 있고 중국과 독일은 주취 상태에 저지른 범죄라도 처벌을 해야 한다는 법 규정이 따로 있습니다. 프랑스는 음주 후 저지른 폭행과 성범죄 등은 가중 처벌합니다.

[앵커]
주취 감경 해주는 법안을 아예 없애야한다는 여론이 있었잖아요?

[기자]
​​​​​​2017년부터 5년 동안 일어난 강력 범죄를 따져봤더니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게 4건 중 1건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1대 국회에서 주취 감경을 폐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4건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습니다.

김성룡 /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
"2018년 형법 개정을 해서 미약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정신이 멀쩡한 사람하고 똑같이 처벌하도록 개정을 해놨기 때문에 엄벌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도록 법 상태가 돼 있어요. 지금 현행 제도로 엄벌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봐요."

[앵커]
​​​​​​​형법상 순천 여학생 살해 피의자가 심신미약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까?

[기자]
​​​​​​​형법은 범죄 가능성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경우 감형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주취감형을 제한하는 법 조항인데 순천 여학생 살인사건 피의자 박대성은 흉기를 준비하고 범행 후 달아난 정황이 있어 심신미약을 인정받긴 어려울 것이라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김대근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과거에는 넉넉히 심신장애로 인정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이제 피고인이 어느정도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있다고 보여진다라면 여러 정황을 놓고 볼 때 심신장애로 인한 감면 또는 감경을 쉽사리 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앵커]
​​​​​​​피의자가 "술 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같은 발언을 하는 장면 많이 봤잖아요. 법원이 엄격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봅니다.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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