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찾아온 가을이 하도 눈부셔 찬탄이 절로 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을날만 같아라.' 당나라 시에는 시선(詩仙) 이백, 시성(詩聖) 두보에 더해, 시귀(詩鬼) 이하가 있습니다.
재주가 빼어난 귀재인 데다, 신비한 이야기를 몽환적으로 풀어내 얻은 이름이지요.
그가 가을을 노래했습니다. '해 지고 어둠이 깔리면, 회오리바람에 달리는 말, 구름을 밟고, 꽃 치마 오색 비단, 가을 먼지 일으키네.'
소슬한 가을 노래는 귀신의 곡소리로 바뀝니다.
'푸른 살쾡이 피를 토하고, 떨던 여우 고꾸라지네. 백 년 묵은 부엉이, 나무 도깨비 되니, 웃음소리 파란 귀신불, 둥지에서 솟아난다.' 귀신불이 춤추는 가을, 음산하고 기괴합니다.
거기에다 느닷없이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에 세상이 어지럽습니다.
자칭 정치 컨설턴트라는 명태균 씨의 입이 갈수록 태산입니다.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검사에게 묻겠다고 했습니다.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
그는 김건희 여사와 주고받았던 메시지를 공개해 공천 개입 의혹을 부채질했습니다.
그러더니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집에 들락거리며 총리 천거를 비롯해 여러 조언을 해줬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지방 6급 공무원 승진 로비를 해주겠다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불법 여론조사와 선거운동으로 각기 벌금형도 받았습니다.
'선거 브로커' 쯤으로 알려진 사람이 대통령 부부의 멘토를 자처하다 못해 협박성 발언까지 한 겁니다.
와중에 김대남 전 행정관의 추가 녹취도 공개됐습니다. "여사하고 네트워킹이 된 용산의 십상시가 있다."
대통령의 힘과 권위가 떨어지는 정권 말 현상이, 임기 절반도 안 돼 봇물 터지듯 합니다.
가을 갈대숲에 오리 알이 숨어 있습니다.
'오리는 어디 갔나. 갈숲이 대신 품어주는 곳에, 따스한 오리 알 두 개.'
권력 주변에는 쇠파리가 들끓게 마련이라지만 중구난방이 지나칩니다.
물론 허풍도 섞였을 겁니다. 그런데 대통령실만 한 두 마디 간접 대응을 할 뿐입니다.
겨울이 닥치면 갈대숲도 헐벗습니다.
10월 9일 앵커칼럼 오늘 '귀신을 부르는 시월'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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