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주 사고로 불이 난 테슬라 전기차 운전자가 차량 뒷좌석에서 숨진채 발견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전기차는 화재시 전원이 차단돼 문을 못여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과연 그런건지 따져보겠습니다.
김자민 기자, 사고가 난 차량의 운전자는 왜 뒷좌석으로 이동했을까요?
[기자]
불은 차량 앞쪽 하부에서 먼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찰은 운전자가 불길을 피해 뒷좌석으로 이동했다가 탈출에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문을 여는 버튼이 전기로 운행됩니다. 화재가 나 전기가 끊기면 버튼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수동으로 열어야 하는데, 테슬라의 경우 앞좌석 손잡이 쪽에 있고 뒷좌석은 수동 개폐 장치가 숨겨져 있습니다. 사고 차량의 운전자가 뒷좌석의 수동 개폐 장치 위치를 몰랐거나, 연기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면 뒷문을 여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테슬라 뒷좌석에는 수동개폐장치가 어디에 있고, 이걸 왜 숨겨놓은 겁니까?
[기자]
사고가 난 테슬라 모델Y의 경우 뒷좌석 수동개폐장치가 문 아래 공간에 있는데요. 문 아래 있는 매트를 제거하고 덮개를 연 뒤에 안에 있는 케이블을 당겨야 문이 열립니다. 다른 모델들도 뒷좌석 시트를 들추거나 스피커 커버를 벗겨야 수동개폐장치가 나옵니다. 테슬라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위해 버튼이나 차 문 손잡이를 보이지 않게 매립하고 숨겨놨습니다.
[앵커]
예전에 화재가 난 테슬라 전기차 문을 구조대가 열지 못한 적도 있었잖아요?
[기자]
지난 2020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테슬라 모델X 차량에 불이났는데 출동한 소방관이 문을 열지 못해 구조가 지체되면서 조수석에 있던 차주가 숨졌습니다. 이 모델은 차량 전력이 끊기면 외부에서는 매립식 손잡이 문을 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앵커]
국산 전기차들도 화재가 나면 테슬라처럼 외부에서 문을 열지 못합니까?
[기자]
국산 전기차들은 전기가 차단되면 자동으로 잠금이 풀리거나 손잡이가 튀어나오게 돼 있습니다. 국내 안전 법규에 따라 이 장치가 있어야만 전기차 안전인증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테슬라는 이 안전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한미FTA협정에 따라 국내 판매량이 연간 5만대 미만의 미국 자동차 업체는 미국 안전기준만 충족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독일 업체인 BMW와 벤츠에도 문의했는데 두 회사에서 출시하는 전기차는 충돌시 자동으로 잠금 장치가 풀린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사고시 차량 내외부에서 문을 제대로 열기가 힘든 건 치명적인 안전 문제인 거 같은데요?
[기자]
한미 FTA협정 중 자동차 안전기준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경우 필요한 조치가 가능하다고 나와있습니다. 전기차는 화재시 불이 빨리 번지고 진압이 어려운 만큼 차량 문을 쉽게 열 수 있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호근 /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익숙하지도 않고 또 운전자 매뉴얼이나 이런 부분들을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 조치 같은 거를 숙지하는 경우도 드물고요. 미국 테슬라라 하더라도 사고 유발 시에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어떤 규정을 정부 차원에서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최근에는 일부 전기차 차주들이 화재에 대비해 탈출 연습을 하고, 창문을 깨는 망치를 차에 싣고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운전자들이 불안하지 않을 만한 안전 규정 도입이 필요해보입니다.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