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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앵커칼럼 오늘] 천국으로 가는 계단

등록 2024.10.17 21:50 / 수정 2024.10.1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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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루빈스타인이 여든여덟에 쇼팽을 연주합니다. 곧게 앉아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유려하게 건반을 짚습니다.

고개를 깊이 숙여야 겨우 건반을 식별할 만큼 시력을 잃었던 때였지요. 그는 머릿속 악보 수백 곡을 풀어내며 여든아홉 살까지 순회 공연을 다녔습니다.

"연주할 때마다 천국에서 음악과 사랑에 빠집니다."

시한부 암 선고를 받은 억만장자와 정비공이 "천국을 맛보자"며 여행을 떠납니다.

이집트에서 정비공이 그곳 신화를 일러 줍니다. 영혼이 저승에 가면 신들이 천국에 살 자격이 있는지 묻는답니다.

"네 삶에서 기쁨을 발견했는가? 네 삶이 누군가를 기쁘게 했는가?"

먼저 세상을 뜬 정비공이 편지를 남겼습니다.

"천국은 폭포너머 안개 속에 있다네. 인생의 기쁨을 찾아가게나."

울음소리와 함께 빈소에서 일곱 할머니가 랩을 합니다.

"무석이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 무석이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

여든일곱 살 서무석 할머니는 칠곡 할머니 랩 그룹 '수니와 칠공주' 멤버였습니다. 한글을 함께 배우던 할머니들과 지난해 만들어 해외에도 이름을 알렸습니다.

할머니는 지난 4일까지 광화문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틀 뒤 병세가 악화해 입원했습니다. 병상 신세를, 한자릿수, 아흐레만 지고 떠났습니다.

할머니는 지난 1월 혈액암 진단과 함께 석 달 시한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암을 숨겼습니다.

누르고 살았던 끼를 맘껏 뿜어내다 가고 싶었습니다. 할머니는 병원 판정보다 반년 더 살며 소원을 이뤘습니다.

치료에만 매달렸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요. 행복의 힘입니다.

따님이 말했지요.

"어머니는 천국 같은 1년을 보내셨습니다."

영어 프레즌트(present)는 뜻이 둘, '현재'와 '선물'입니다.

"어제는 역사, 내일은 수수께끼, 오늘은 선물. 그래서 현재를 프레즌트라고 부르지요."

할머니는 끝까지 선물 같은 현재를 살았습니다. 삶에서 기쁨을 찾아내 사람들을 기쁘게 해줬습니다. 그렇게 천국의 문을 열었습니다.

"하늘나라에 가서 아프지 말고 네가 좋아하는 랩을 많이 부르고 있거라."

10월 17일 앵커칼럼 오늘 '천국으로 가는 계단'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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