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헵번은 여리면서 우아하고, 사랑스러우면서 고고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진정한 별이 된 것은, 나이 예순이 넘어서였습니다.
은둔의 삶에서 나와, 굶주리는 아이들을 돌봤지요. 아프리카 어린이를 안은 그는 세계인의 기억에 성녀(聖女)로 남았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심장병 어린이를 안은 사진입니다. 자세와 시선, 구도가 헵번 사진과 판박이입니다.
걸작 '피에타'는 가장 인간적인 성상(聖像)입니다. 숨진 예수를, 성모가 무릎 위에 안아 내려다봅니다.
성모의 시선이 모성의 슬픔이 돼 모든 이의 가슴을 울립니다. 아이를 안은 방향만 바뀌었을 뿐, 이 사진도 '피에타'를 닮았습니다.
하지만 성스러운 아름다움은 흉내 낼 수 없습니다. 어색하고 무안하고 불편합니다.
지난달 마포대교에서 뭔가를 지시하는 듯한 사진은 그 이상입니다. 속도 편하지가 않습니다.
검찰 수사심의위가 명품 수수 사건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한 지 나흘 만이었지요. 본격적으로 바깥 활동에 나서겠다는 신호였을까요. 도리어 역효과였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역시 불기소하면서 설명에 나선 검찰, 검사 같지가 않았습니다. 선 채로 무려 네 시간이나 정성을 쏟았습니다. 열한 쪽에 이르는 자료도 변호인 의견서 같았습니다.
김 여사에게 불리한 듯한 새 정황들이 나왔지만 다루지 않았습니다. 수사심의위는커녕 검사들끼리 '셀프 검증'을 했다는 것도 자랑거리가 못 됩니다.
대통령은 지난 5월 민정수석을 부활시켰습니다. 엿새 뒤 검찰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수사 지휘부가 물갈이됐습니다.
김 여사 '출장 조사'와 검찰총장 '패싱'이 이어졌습니다. 일사불란한 흐름의 끝이 무혐의 불기소입니다.
김 여사는 일단 검찰 소추로부터 해방됐습니다. 하지만 다니시더라도 눈에 띄지 않는 곳, 낮고 어두운 곳을 보살피길 바랍니다. 사진도 삼갔으면 합니다. 자신의 문제는 이제, 정치로 넘어갔으니까요.
대통령 부부가 변화를 마다할수록 정치권의 저기압은 태풍으로 몸집을 키워 갈 겁니다. 더는 국민의 인내를 시험하지 말기 바랍니다.
10월 18일 앵커칼럼 오늘 '여사의 사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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