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혁당 재건위’ 사건과 관련해 주범으로 지목돼 사형 선고를 받았던 故진두현 씨와 공범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던 故박석주 씨가 50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31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남성민)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故진두현?故박석주씨 사건에서 피고인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통혁당 사건은 1968년 8월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가 북한의 지령을 받은 인사들이 통혁당을 결성해 반정부활동을 했다고 발표한 대규모 간첩단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故진두현 씨와 故박기래 씨, 故김태열 씨, 故강을성 씨 등 4명이 사형 선고를 받았고, 김태열 씨와 강을성 씨는 실제 사형집행을 당해 사망했다.

故박기래 씨는 17년간 수감 후 1991년 석가탄신일 특사로 가석방 돼 통일운동가 활동을 하다 2012년 별세했고, 故박석주 씨는 1984년 대구교도소 수감 중 동료 재소자에게 구타당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무죄 선고가 난 故진두현 씨와 故박석주 씨 유족은 2017년 재심을 신청해 6년 뒤인 지난해 7월 17일에야 재심 결정이 내려졌다.

쟁점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이들의 자백 및 법정 진술이 당시 보안사에 의한 불법 체포와 구금, 가혹행위에 의한 것이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국가 형벌권 행사는 엄격한 증명으로 밝힐 때 증명됐다 볼 수 있고, 엄격한 증명은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기반으로 한다”고 전제 조건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안사의 불법행위 뒤 보안사 수사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판까지 진술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제출한 보강증거도 위법수집 증거라고 판단했다.

선고를 마치며 재판부는 “배우자가 힘든 몸을 이끌고 오늘 선고를 듣고자 일본에서 온 걸 보면 반백년이 흘렀지만 가족들은 고통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걸로 보인다”며 “오늘 이 판결이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흘러나왔고, 故 진두현씨 아내는 “감사하다”고 재판부를 향해 인사했다.

故진두현씨의 아내 박삼순씨는 “92세가 되도록 큰 고통속에 살았지만 마지막에 무죄로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단 생각으로 살아왔다”면서 “내일부터 마음놓고 잠 잘수 있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통혁당 재건위 사건과 관련해 모두 17명이 기소됐고, 민간인 15명 중에서는 재심을 통해 이미 무죄가 확정된 2명과 이날 무죄 선고가 내려진 2명까지 모두 4명이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사형 선고를 받았던 故김태열씨와 故강을성씨 사건도 유족이 재심을 청구해 재판이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