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와 의대생들의 개인정보를 담은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온라인에 게시한 사직 전공의 A씨가 첫 공판에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이용제 판사 심리로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의 첫 공판기일이 열렸다.

사직 전공의인 A씨는 지난 2월 의료계 집단행동에 불참한 전공의 등 1100여 명의 소속 병원과 이름 등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잘 다려진 하얀 셔츠를 입고 온 A씨는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 지으며 방청석 가득 들어찬 방청객들을 훑어보며 자리로 향했다.

이날 검찰이 밝힌 A씨의 공소 요지에 따르면, A씨는 모두 26차례에 걸쳐 의료계 커뮤니티인 메디스테프 사이트와 텔레그램 메신저에 모두 26차례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게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다 사직한 A씨가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방침이 나오고 복귀 여부가 대두되자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비난 받게 하고 복귀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고 범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A씨 측은 A씨가 1100여 명의 소속 병원, 진료과목, 대학, 이름 등 개인정보를 온라인상에 유포한 행위는 인정하면서도 스토킹처벌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란 취지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지속성과 반복성, 상대 의사에 반할 것, 불안감이나 공포심유발 등 수토킹범죄 구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A씨의 보석 심사도 함께 진행됐다.

A씨 측은 “일반적 범죄와 너무도 다른 사안이다”며 “피해자 명단을 게시한 행위 외에 해를 가한 바 없고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고 피력했다.

발언권을 얻은 A씨도 직접 “구속 수감중이라 피해자 명단도 다 알 수 없어 방어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보석을 허가해주면 성실히 재판에 출석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기존 스토킹처벌법의 처벌공백이 있던 ‘사이버 불링’에 대한 처벌 근거 규정이 법 개정을 통해 신설됐다”며 그에 따른 기소라고 반박한 뒤 “A씨가 게시한 글을 보면 상대적으로 극소수에 해당하는 피해자들에 대해 온라인 좌표찍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11명의 피해자가 의사에 반해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는 진술을 했다”며 “게시글 어디에도 정책에 대한 논의는 없는데다 이 사건과 무관한 의사고시 응시자들 명단도 게시했다”고 지적했다.

A씨의 보석 심사 결과는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