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선관위가 이재명 대표를 비판한 현수막 게시를 막았다가 입장을 결국 번복했습니다. 선관위의 현수막 문구 허용 기준이 무엇인지 김주영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김기자, 선관위의 현수막 문구 규제는 어떤 기준에 따라서 하는 겁니까?
[기자]
선거가 없는 평상시에는 정당법 37조와 옥외광고물법에 따릅니다. 이 현수막 한번 보시죠. 원색적인 표현이 들어있는데도 게시가 허용됐는데요, 선관위는 평상시에는 정당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내용을 최소한으로 제한한다는 방침 아래 문구를 규제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선거 때인데요, 선거 때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120일전부터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이름, 사진 등 특정 후보자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하면 안됩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그래도 이재명은 안된다'는 문구는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선관위가 갈팡질팡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과거 선거에서도 선관위 판단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었잖아요.
[기자]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환경단체들이 4대강과 무상급식 등을 주제로 현수막을 걸려고 했는데, 선관위가 못하게 하면서 편파 논란이 일었습니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총선 때에는 민주당 후보가 게시한 '100년 친일청산' 현수막은 특정 정당을 노렸다고 볼 수 없다면서 허용하고, 미래통합당의 '민생 파탄 투표로 막자'와 '거짓말 OUT'이란 문구는 민주당과 특정 후보를 연상하게 한다면서 막았습니다. 바로 일년 뒤인 2021년 보궐선거에서는 '보궐선거 왜 하죠?' 라는 여성단체의 캠페인 문구를 금지했는데요, 당시 선관위는 현수막 내용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범죄 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위법이라고 판단했고, 야당은 반발했습니다.
[앵커]
특정한 표현에 대해 선관위의 판단이 바뀌기도 했었던 기억도 나는데요.
[기자]
2021년 문재인정부 당시 재보궐선거에서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 문구가 금지 됐었는데요, 당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의혹과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이 문구가 민주당을 특정할 수 있어서 안된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다음해 대선을 앞두고서는 내로남불을 사용해도 된다고 입장이 바뀌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 같기도하고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원색적이나 비방하는 표현은 막는 게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어려운 문젠데요. 해결책은 없습니까?
[기자]
2023년에 헌법재판소가 이 공직선거법의 현수막 금지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장기간, 포괄적으로 제한해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선거 전 180일부터 문구를 규제하던 법이 지난해 120일까지로 일부 완화됐는데요, 여전히 정당 후보자를 직접적, 명시적으로 지칭하는지를 판단하는 건 선관위 해석에 맡겨져 있습니다. 선관위 스스로 명확하게 기준을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왕희 /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선관위는 좀 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대립적인 정치를 극복하기 위해서 단순히 이제 실무적인 차원이 아니라 좀 더 고차원의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네 명확하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이 필요하겠네요. 김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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