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항상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주도를 오가는 한 여객기 기장이 꼬마 탑승객에게 받은 편지입니다. 삐뚤빼뚤 서툰 손글씨로 써 내려간 진심에, 기장은 눈물을 삼키며 비행에 나섰습니다. 끝까지 조종간을 붙잡고 버티던 동료 기장의 마지막 순간이 떠올라서였겠죠.
179명이 목숨을 잃은 비극적 참사가 발생한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국회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나 봅니다.
비상계엄과 여객기 참사 두 가지가 주제였던 4시간에 걸친 긴급 현안질의에서 참사 관련 질의는 단 3분에 불과했습니다.
철새 도래지 인근이라는 무안공항 입지 선정이 적절했는지, 무리한 국제선 취항은 아니었는지, 따져볼 내용이 산더미인데 지나치게 조용하단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정부는 콘크리트 둔덕 설치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며 책임 회피에만 급급합니다. 무안공항보다 더 높은 둔덕이 있으면서 활주로는 더 짧은 여수공항에서는 오늘도 14편의 여객기가 뜨고 내렸습니다.
장례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시 무안공항에 돌아온 유가족들은 "잊힌 존재가 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심장이 멈출 때가 아니라, 이승에서 아무도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때 망자가 진짜 죽음을 맞이한다고 생각합니다.
희생자들을 오래오래 기억하는 방법,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입니다.
뉴스7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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