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발언한 이후 이틀 간 그룹 시가총액 1조 9000억원이 날아갔다.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쪼개기·중복 상장, 합병 비율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구 회장이 투자자들의 공분을 살만한 발언으로 LS 그룹의 '밸류 다운'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구 회장은 지난 5일 '인터배터리 2025' 행사에서 중복 상장에 대한 질문을 받자 "예전엔 중복상장이 문제 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상장 후 주식을 안 사면 된다”고 말했다. LS그룹은 계열사 KOC전기, 에식스솔루션즈, LS이링크 등의 상장을 준비 중이다.
중복상장은 국내 증시의 대표적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꼽힌다. 중복상장 하면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 가진 상태에서 자회사가 또 상장하다 보니, 일명 '더블카운팅'으로 기업가치가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중복상장 비율은 우리나라가 18.43%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4.38%, 대만 3.18%, 중국 1.98%, 미국 0.35%에 비하면 독보적으로 높다.
이런 상황에서 구 회장의 발언 여파에 LS그룹 상장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그룹 지주사인 LS 주가는 7일 전날보다 4.24% 내린 9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0.29% 내린 데 이어 하락세를 이어간 것이다.
LS네트웍스(-4.88%), LS ELECTRIC(-3.78%), LS마린솔루션(-2.66%), LS에코에너지(-2.36%), 가온전선(-1.96%), LS머트리얼즈(-0.89%), LS증권(-0.75%) 등 그룹 계열사 주가들도 떨어졌다.
지주사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오너 일가가 지분을 소유한 E1과 예스코홀딩스도 이날 각각 3.06%, 1.03% 하락했다.
이틀간 사라진 LS그룹 8개 회사의 시가총액은 1조 9120여억원에 달한다. E1과 예스코홀딩스까지 포함하면 1조 9310여억원이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구 회장의 발언 외에 그룹 내 별다른 이슈가 없었다는 점에서 중복 상장 발언이 큰 충격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중복상장의 한 형태인 '쪼개기 상장'은 규제 대상이나 중복상장에 대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모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모기업이 사업부를 쪼갠 뒤 별도 자회사로 만들어 중복상장하는 '쪼개기 상장'에 대해 모회사의 일반주주에게 새로 상장되는 주식의 최대 20%를 우선 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LS그룹 측은 오해가 있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LS그룹 관계자는 "미국 권선 1위 기업인 에식스솔루션은 LS가 인수해 상장폐지 후 재상장하는 회사"라며 "미국 전력시장이 활황이라 나스닥에 할 수도 있지만 국내 상장으로 선회해 국내 투자자들께 기회를 드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전력시장이 활황기라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결국 모기업과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키우려는 노력”이라고 밝혔다. 자회사의 상장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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