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합계출산율 0.75명이 지속되면 205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역별 비례선발제도 도입과 거점도시 육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14일 연세대에서 열린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기조연설에서 "이 출산율이 지속되면 우리나라 인구는 5170만 명에서 50년 후 현재의 58%인 3000만 명으로 급감하고, 2040년 후반 잠재성장률은 0%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9년 만에 반등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4명)의 절반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경제가 뒷걸음질치고 국가재정이 악화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 총재는 "초저출산율이 지속된다면, 외국인 노동력 유입을 고려하지 않는 한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고착화, 부채 폭증, 사회갈등의 심화라는 불가피한 종착점에 도달할 위험이 크다"며 "최소한 출산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4명까지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높은 경쟁압력'과 '고용, 주거, 양육 불안'을 꼽았다. 그 배경에는 일자리와 사교육이 밀집한 수도권으로 과도하게 인구가 쏠리는 현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저출산율, 과도한 수도권 인구 집중, 입시경쟁 과열, 이 세 가지 문제는 별개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상 서로 깊이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비수도권 지역에 소수의 거점도시를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 국토 면적과 인구수를 고려하면 2개에서 많아야 6개의 거점도시를 육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수의 지역 거점도시에 병원, 영화관, 스포츠센터 등 핵심 인프라와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수도권에 버금가는 정주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총재는 대학들이 입학 정원의 대다수를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도록 하는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에 대해서도 재차 언급했다.
그는 "대학의 선발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그 결과가 지역별 균형을 이루도록 유도한다면 과도한 입시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교육 환경 등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고, 지역 균형 발전, 서울 집값 완화, 출산율 반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주요 대학들의 의지만 있다면 즉시 도입이 가능하다"면서도 "성적순 선발만이 가장 공정하다는 인식이 강한 탓에 부정적 여론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앞서 한은이 제언한 '상위권 대학 지역 비례선발제'가 담긴 보고서가 발표되고 일부에선 '강남 등 서울 역차별' 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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