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유상증자를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발표했던 금감원이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해 일관된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오늘(21일) 전날보다 13.02% 하락한 62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날 발표한 3조6000억원 유상증자 계획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삼성SDI도 2조원대 유상증자가 결정난 지난 14일 6.18% 하락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유상증자를 철회하라”며 “기존 주주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금 투자 기회를 놓치면 지금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뒤로 밀려버린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다"며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이런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주주들께 양해를 구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두 기업의 유상증자를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유상증자 중점심사란 금감원이 지난달 도입한 제도로 유상증자 당위성과 의사결정 과정, 이사회 논의내용 등을 꼼꼼히 심사하게 된다.
금감원은 당시 제도를 발표하며 “주주 훼손 등 우려가 있는 사항과 관련한 투자 위험 요소를 증권신고서에 충분히 기재하도록 해 시장 신뢰를 제고하고 회사 자금 조달에도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고려아연과 금양, 이수페타시스 등 8개 상장사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와 관련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중 고려아연과 금양 등 5곳은 유상증자를 철회하거나 무기한 연기했다.
새로운 제도가 생긴 만큼 유상증자에 더 칼을 댈 것이란 기대와 달리 금감원은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에 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삼성SDI 유상증자에 관해 "우리나라 선도 기업이 시장에서 수긍할 만한 내용으로 투자에 나선다는 건 고무적"이라며 “모든 유상증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저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전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에 대해선 “대내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K-방산'의 선도적 지위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번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금감원의 입장이 한 달 만에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감원이 일관성 없이 어느 경우에는 기업의 유상증자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반면에 또 다른 경우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일관된 기준을 미리 제시하지 않으며 기업 입장에서는 힘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유상증자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KB증권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해외진출과 생산능력 확충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방법과 규모가 다소 아쉬운 선택"이라고 밝혔다.
다올투자증권도 "방산, 조선 부문에서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현지 생산 거점 및 지분 투자는 필요하였으나 규모나 방식을 고려했을 때 단기적으로 주가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78만원에서 70만원으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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