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bar
[앵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 명인 시대가 되면서, 키우던 동물을 버리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버려진 유기견들을 구조해 직영 관리하는 한 지자체 유기견 보호센터가, 덩치 등 외모나 건강 상태에 따라 유기견을 차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송민선 기자입니다.
[리포트]
비쩍 마른 강아지가 주변 환경이 낯선 듯, 이불 냄새를 킁킁 맡으며 주위를 경계합니다.
유기견 보호센터 직원이었던 김수연 씨가 손을 내밀자, 다리를 절며 조심스레 다가옵니다.
지난 2023년 11월, 서울의 한 지자체 유기견 보호센터에 입소해 들어온 '핑핑이'의 생전 모습입니다.
김수연 / 서울 A구 유기견 보호센터 전 직원·내부고발자
"(핑핑이는) 약간 절뚝이로 살면 되는 친구였고, 활발하게 무릎에도 올라오고 했던 친구인데. 나이가 많지도 않았고 외모도 그렇게 모난 친구가 아니었거든요."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는 갈 곳 없는 수도권 유기견들이 마지막으로 모이는 곳으로, 보통의 보호센터처럼 이곳 역시 수용 공간이 부족해 짧은 기간 내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 절차를 밟습니다. 안락사를 면한다 해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얼마 못 버티고 자연사하기 일쑤입니다.
이런 식으로 핑핑이가 있던 보호센터가 동물구조협회에 넘긴(이관시킨) 강아지는 1년여 기간(2023년~2024년) 동안 9마리, 2022년까지 포함하면 총 12마리입니다.
이 가운데 김 씨가 직접 동물구조협회에 가서 구조해온 2마리와 보호단체 등으로부터 구조된 4마리 빼곤, 모두 안락사됐거나 자연사했습니다.
대부분 장애·질병이 있거나, 나이가 많거나, 15㎏ 이상으로 덩치가 커지는 등, 관리가 어렵거나 입양 문의가 없던 유기견들이었습니다.
김수연 / 서울 A구 유기견 보호센터 전 직원·내부고발자
"센터 직원들끼리 합의를 해서 컨트롤 못할 것 같은 아이들, 입양 안 될 것 같은 아이들을 보내는 거예요."
외모(덩치 등)나 건강 상태에 따라 사실상 유기견을 두 번 버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시 A구 유기견 보호센터 관계자
"공간이나 예산이 있으면 저희도 이런 욕 안 먹죠. 실랑이할 필요도 없고 저희 다 품으면 되죠."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지자체는 "유기견을 동물구조협회에 즉시 보내는 다른 지자체들과 달리, 관할 내 유기견을 1차로 센터에 입소시켜 1달의 유예기간을 거치는 등 자체 관리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론 이관 시 동물보호단체나 수의사·전문가 등 외부 자문을 받겠다"고 말했습니다.
TV조선 송민선입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