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출신 교황이 선출되면서, 초강대국 출신 교황을 피해 온 바티칸의 금기가 깨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레오 14세' 교황 선출의 배경과 의미를, 김주영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김 기자, 그동안 미국 출신 교황을 배제하려는 분위기가 있었던 건가요?
[기자]
네 미국은 정치, 경제, 군사적 패권국이기 때문에, 미국인에게 교황직이 가면 가톨릭 교회까지 미국의 질서 아래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겁니다. 레오 14세 교황도 콘클라베 직전 친형과 통화하면서 "추기경들이 미국인은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합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교황 복장을 한 자신의 이미지를 올려서 논란이 됐는데요, 미국 천주교협회까지 나서서 신성모독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이번 선출엔 어떤 이유가 작용했을까요?
[기자]
새 교황 레오 14세는 미국 시카고 출신이지만 20여년 간 페루의 빈민가에서 선교 활동을 했고, 페루 시민권도 함께 보유한 인물입니다. 이런 이력 때문에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으로 평가받았는데, 즉위 후 첫 연설도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 라틴어를 사용했습니다.
찰스 길레스피 / 세이크리드 하트대 가톨릭학 교수
"그는 삶의 일부를 미국인으로, 또한 많은 시간을 남미와 유럽에서 보냈습니다. 특정 지역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가톨릭의 미래상을 보여준 겁니다."
[앵커]
교황은 미국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까요?
[기자]
미 정계에서는 환영의 메시지를 냈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울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은 SNS에 트럼프의 반이민정책과 JD밴스 부통령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밴스 부통령이 성경을 인용해 '가까운 이웃을 더 사랑해야한다'고 이민자 반대 정책을 홍보하자, 이웃에 대한 사랑은 순위가 없다고 비판한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또 하나 궁금한 게 추기경들의 비밀회의, 콘클라베 선거인단의 구성도 새 교황에 유리했나요?
[기자]
네 이번 콘클라베에는 133명의 추기경이 선거인단으로 참여했는데요, 가장 많은 인원을 보유한 국가는 이탈리아, 그 다음이 바로 미국이었습니다. 전체 가톨릭 인구의 약 48%가 아메리카 대륙에 몰려있다는 점도 한 몫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로써 현재까지 교황을 한번도 배출하지 못한 대륙은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만 남았습니다.
[앵커]
교황명으로 '레오 14세'를 선택했는데, 어떤 뜻입니까?
[기자]
'레오'라는 이름은 교황이 직접 자신의 신학적 신념을 담아 선택한 겁니다. 같은 이름을 쓴 레오 13세는 인간 존엄성과 노동자 인권을 강조했었습니다. 이번 교황이 첫 메시지로 '평화'를 가장 먼저 말하면서, 국제 분쟁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입장을 낼 거란 관측이 나오고요. 2년 뒤 방한이 예정되어 있는만큼,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시절 추진됐던 ‘방북’을 논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임민균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신부
"레오 14세로 당신의 교황명을 정하신 것은 굉장히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인권이 유린되어있다라고 보아지는 북한의 평화가 그 땅에 내려지기 위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봅니다.
[앵커]
네, 분열과 갈등이 깊어지는 국제 정세 속에서 '평화'를 언급한 새 교황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듯합니다.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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